학교는 3월에 왜 이렇게 바쁠까?
학교는 3월에 왜 이렇게 바쁠까?
  • 윤일호 장승초 교사
  • 승인 2024.03.20 15:0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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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년 초, 이상한(?) 학교 풍경

“학년(급) 교육과정 3월 15일까지 꼭 내주세요.”

“학습 준비물은 ○○○에 3월 8일까지 담아주세요.”

“방과후교실 참여하는 아이들 확인 부탁드립니다.”

“아이들 주소록 정비해야 합니다. 확인 부탁해요.”

새 학년이 시작하자마자 아이 이름을 알기도 전에 업무마다 메신저 쪽지가 수도 없이 날아온다. 각종 추진계획이 도교육청에서 내려오고, 기한을 맞추어 학교 자체 계획을 세워서 내달라는 메신저 쪽지는 덤이다. 또 방학 중 신청했던 공모사업 예산이 교부되면 성립전 예산을 요구해야 한다.

‘○○○ 담당자 설명회’, ‘○○학교 운영 계획 설명회’, ‘○○ 협의회 참석’ 등 공문과 쪽지로 과마다 내려오는 필수 또는 의무 참석 회의에 교장, 교감은 물론 교사들도 바쁘기만 하다. 어디 이뿐인가? ○○사업 신청, 미래역량 강화 ○○연수 신청, 에듀테크 직무연수, ○○담당 교원 및 관리자 연수는 물론 해마다 받아야 하는 원격 의무 연수 시간도 갈수록 늘어만 가니 바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에듀파인 문서등록대장에서 연수로 문서만 검색해도 수백 건 문서가 넘쳐난다. 연수 담당 교사는 이걸 그냥 말 수 없어 교원들에게 친절하게 알리니 이 또한 받는 것만으로도 큰일이다. 3월 4일, 개학 첫날 문서등록대장을 찾아보니 하루 동안 받은 문서와 생산한 문서 모두 93건. 3월 19일까지 문서는 총 900건이 넘는다. 이런 공문 홍수 상태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교사들이 컴퓨터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할까, 이상하겠지만 학년 초 교사들은 컴퓨터 앞에서 해야 할 일이 차고도 넘친다.

 

■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학교에 아이들만 없으면 나름 괜찮은 곳이라는 우스갯소리도, 공문 처리하다 시간 날 때 아이들 가르친다는 농담도 그냥 우스갯소리나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언젠가 교육청에서 교사들을 배려한답시고 수요일은 ‘공문 없는 날’로 지정했지만 정작 다른 날은 더 바빴으니 그야말로 공염불이었다.

각종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학교는 일이 더 늘어난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생존수영이 학교에 들어왔고, 안전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교육이 봇물 터지듯 생겨났다. 이름은 창의적 체험활동이지만 ‘학교폭력예방교육’, ‘정보통신윤리교육’, ‘사이버폭력예방교육’, ‘인권교육’, ‘재난대피훈련’, ‘도박예방교육’, ‘장애인인식개선교육’ 등 말만 들어도 살벌하고, 학교에서 이걸 다한다고? 하고 의문이 생길 법한 교육이 차고도 넘친다. 이름은 ‘창의’가 있지만 결코 창의롭지도, 자유롭지도 않은 활동이다.

현장체험학습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교사에게 책임을 물으니 교사들은 체험학습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작은 일에도 꼬투리를 잡아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학교 분위기도 교사를 더욱 움츠러들게만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이지?’하고 의문이 생긴다. 학교를 너무 쉽게 본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사건, 사고만 생기면 마치 학교 교육이 무엇을 잘못한 것처럼 넘겨받고, 힘없는 학교와 교사는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지금까지 수없이 눌려왔던 교사들 외침이 결국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으로 폭발했지만 여전히 학교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새 학년 풍경이 그렇다. 다시 묻는다. 학교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가?

 

■ 교육 본질과 맞는 학교

학년 초에는 온전히 아이들과 선생님이 눈 맞추고 지낼 수 있도록 교사를 뺀 모든 분들(교장과 교감, 행정실장 등)이 힘을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 더불어 각종 서류나 계획도 교육 본질과 관련 없는 일이라면 없애려는 노력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러 해 전 문제 의식을 가지고 페이퍼를 없어 보자고 그렇게 외쳤지만 조금 없어지는 듯하더니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담임교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면 다른 분들이 그 일을 도와주면 된다. 교육청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제발 회의 좀 그만 불렀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데 출장 내고 가서 보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회의가 제법 된다. 물론 그 과에서는 그 회의가 중요한 회의겠지만 문서로 전달해도 되는 회의라면 굳이 부를 필요가 없지 않나. 문서생산도 대폭 줄여야 한다. 제발 의무 연수도 과감히 없애자. 바빠서 틀어놓고 클릭만 하고는 보지도 못하는 연수가 무슨 연수인가? 학년 초에 많은 교사들이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다 보면 피곤함에 집에 가자마자 쓰러지는 상황인데 둘러싼 상황은 교사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학교는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교육행정은 학교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교육 본질의 명제를 교육공동체 구성원에게 묻는다면 과연 몇이나 ‘그래 맞아. 우리는 지금 그렇게 지내고 있어.’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한 교사의 시선으로도 그냥 보이는 교육 본질에 대한 물음을 우리는 언제까지 모르는 척하고 지내기만 해야 할까? 하기야 정치적 금치산자인 교사들이 아무리 외쳐본들 공허한 메아리로 지나고 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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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 2024-03-21 13:06:05
41조연수를 학교로 나오셔서 근무하시면 절대 안 바쁩니다
leimond 2024-03-21 10:08:24
방학기간에도 열심히 일하면 바쁠일 없습니다, 선생님~~~
사이비 2024-03-20 22:04:53
학교는 학생과 수업만 있으면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