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지 않는 웨딩마치…반토막난 전북 혼인
울리지 않는 웨딩마치…반토막난 전북 혼인
  • 양병웅 기자
  • 승인 2024.03.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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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고 있고 결혼 역시 할 의향이 있지만 경제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도내 혼인 건수가 최근 10년 새 절반 가까이 줄어들며 혼인 절벽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전북지역 혼인 건수는 5천483건(신고내용 기초)으로 전년(5천394건) 대비 89건(1.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졌던 혼인이 지난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반등 폭이 매우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구 1천명 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3.1건(전국 평균 3.8건)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3.1건)·경남(3.1건)과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도내 혼인 건수는 불과 10년 새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실제, 2012년(1만22건) 혼인 1만건대가 무너진 이후 2013년 9천823건, 2015년 9천60건, 2017년 7천817건, 2019년 7천5건, 2021년 5천325건 2023년 5천483건으로 유례없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혼인 감소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무엇보다 결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 ‘결혼은 해도, 하지 않아도 좋다’고 답한 비율은 43.2%로 가장 높았다.

10년 전인 2012년 응답(33.6%)보다 결혼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진 셈.

또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20.3%→15.3%, 하는 것이 좋다는 42.4%→34.8%로 긍정적 인식이 줄어들고 있다.

결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20대의 32.7%, 30대의 33.7%, 40대의 23.8%가 혼수비용·주거 마련 등 금전적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처럼 경제적 부담이 날로 커질수록 수 억원 상당이 필요한 결혼을 권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혼 남성 박모(37) 씨는 “결혼 의사가 있지만 전주에서 결혼식, 혼수, 주거비용을 최소한으로 잡아도 2∼3억원은 족히 들어간다”며 “가까운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눈앞의 경제적 부담에 부딪혀 결혼을 꺼리는 친구들이 많다.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결혼을 생각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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