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주를 찾은 지구별 여행가 파르자나 아메드 우르미 작가
다시 전주를 찾은 지구별 여행가 파르자나 아메드 우르미 작가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4.03.18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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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초상화로 떠나는 내면의 여행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인데 항상 같은 도시에 왔습니다. 아무 일 없이 시내 곳곳을 걸었고, 사람들을 만났고, 사람들이 서로 웃고 있는 것을 보았고, 새로운 음식을 먹었습니다. 이미 저는 이 도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전북도립미술관의 ‘아시아현대미술전’에 초청돼 한국과 인연을 맺은 방글라데시 파르자나 아메드 우르미(Farzana Ahmed Urmi) 작가가 3월 청목미술관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며 다시 문화예술의 도시 전주를 찾았다.

 15일 만난 파르자나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복잡함을 뒤로 하고, 전주에 올 수 있어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당시 만났던 장석원 전 전북도립미술관 관장이 눈여겨 보았던 작가다. 비가 오는 듯 줄줄이 흘러내리는 붓질 사이로 드러나는 슬픔과 공허, 아픔과 고독의 인물의 모습을 그렸던 파르자나 작가의 작품이 장 전 장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 그 인연으로 7년 만에 청목미술관 박형식 이사장의 통 큰 지원이 보태져 전주에 다시 체류할 수 있었다.

 다시 만난 도시 전주에서 파르자나 작가는 한국인의 초상화 그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얼굴을 찾기 위해 시장, 식당, 문화공간 등 곳곳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파르자나 작가는 “한국 사람들은 물론,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과 이곳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자신과 같다”며 “국적과 시기, 시간과 국경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행복과 슬픔, 사랑과 슬픔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눈이 우리 마음의 거울이라고 믿는다. 이에 우리 마음을 비추고 있는 거울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눈은 항상 나의 작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그리는 모든 얼굴에 해당된다. 눈으로 느끼고 그 감정을 가슴에 새긴다”고 설명했다.

 그의 스튜디오에서는 작업 중인 무주 출신 문학평론가 김환태의 얼굴에서도 유독 눈이 강조되어 보였다. 우연히 전북문학관을 방문해 알게된 김환태의 사진을 보고 파르자나는 “비록 제가 그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르지만, 지역을 위한 노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박물관에 있고, 매년 문학제에서 그를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물처럼 맑은 그의 눈은 보상을 바라지 않고 이 세상을 위해 일하고 싶어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강물처럼 깨끗한 물처럼 그의 맑은 눈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세기가 넘어 방글라데시의 현대미술가의 마음속에 들어찬 한국의 문학평론가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인물의 눈과 함께 파르자나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의 테마는 바로 숫자다. 그는 “숫자는 제가 찾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신원 번호, 차 번호, 집, 거리, 여권, 전화 등을 가지고 있고, 그 숫자로 우리는 사람들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가 전주에 도착했을 때도 많은 숫자를 뒤지고 기억해야만 했다. 버스 번호, 스튜디오, 도로, 은행 일련 번호, 심지어 도로를 건널 때도 교통 신호 번호까지도 말이다.

 이에 파르자나 작가는 “숫자는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지배하고 있고, 미래에는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이름이 아닌 숫자만 기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이 숫자는 우리를 매일 몰아가고 있는 것이지, 우리가 그것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마주친 숫자와 감정을 혼합하고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자연주의 작가인 그는 직접 물감도 만들어 쓴다. 전주에 온 만큼 한지에 대해서도 더 알아가고 공부하고,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는 “한지는 매우 정교한 종이이며 한국인처럼 부드럽고 단단하다”고 말했다. 한국에 도착한 첫 주에는 길에 버려진 나뭇가지를 자신의 스튜디오로 가지고 왔다. 사후에 모든 인간의 몸이 흙으로 가고, 그 흙 나무 위에서 자란다는 믿음, 그래서 우리의 영혼은 나무 속으로 들어가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다. 스튜디오에서 이 나뭇가지를 보면서 자신의 초상화에 어떻게 포함시킬지를 매일 궁리한다.

 “방글라데시에 현대 미술가가 많습니다. 여성 미술가는 남성보다 더 활동적이지만 여성 미술가는 여전히 싸워야 합니다. 그들은 싸우지 않고는 성취를 얻지 못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행, 장학금 받기, 전시회 개최, 레지던시, 아트 페스티벌 참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현대 세계 미술과 더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 또한 매일 자신을 저에게 증명해야 합니다. 마지막 단계의 제 모습은 전보다 더 나아져야 할 것입니다.”

 파르자나 작가는 4월 중 청목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선보인다. 방글라데시의 현대미술가가 전하는 내면의 여행, 그 목소리에 다가가고 싶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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