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들 ‘실적잔치’…정부·소비자 “가공식품 가격 인하해야”
식품기업들 ‘실적잔치’…정부·소비자 “가공식품 가격 인하해야”
  • 연합뉴스
  • 승인 2024.03.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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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원재료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식품 기업에 제품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사과·배 등 농산물에 비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체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민들이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식품 기업이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자 이들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식품 기업들은 그러나 지난 2년간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한 데다 원재료 외에 제반 비용이 올랐다며 가격 인하에 난색을 보인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17.3으로 전달보다 0.7% 내렸다.

이 지수는 지난해 7월 124.6에서 지난달까지 매달 하락했다.

곡물 가격지수는 113.8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170.1) 대비 33.1% 하락했다. 유지류 가격지수는 2022년 3월 251.8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120.9)에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를 고려해 식품 기업이 제품 가격을 내릴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허선영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간사는 연합뉴스에 “밀가루, 식용유의 원재료인 소맥, 대두유 가격 하락세가 2022년 3분기 이후 지속됐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을 내릴 여지가 있다”며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빠르게 소비자가에 적용한 것과 같이 원재료가 인하 시에도 이를 소비자가에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식품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과 한훈 차관은 연일 물가 안정을 위한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10일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아 “물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자체 할인 행사, 가격 인하 노력 등 유통·식품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부 식품 기업은 창사 이후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오리온이 지난해 연결 기준 4천92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농심(2천121억원), 삼양식품(1천468억원), 빙그레(1천122억원), 풀무원(620억원) 등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서민들이 고물가와 고금리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상황에서도 이처럼 서민들이 주로 먹는 라면이나 아이스크림, 과자, 두부 등을 판매하는 식품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직원들의 급여를 상당 폭 올린 것이다.

식품 기업 중에는 수출이 늘어 호실적을 낸 곳도 있지만 그만큼 가격을 인하할 여력도 생긴 셈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식품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 가격 인하를 권고하는 동시에 가공식품 등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 품목은 담합 발생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겠다며 압박했다.

제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되면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 권고로 라면, 빵, 과자 등 일부 제품 가격이 인하된 바 있다. 그러나 인하 품목이 한정되고 실적에 도움이 되는 주력 품목은 빠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식품 기업들은 가격 인하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한 식품 기업 관계자는 “정부 물가안정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반 비용이 올랐다”며 “가격 인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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