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지금도 개점휴업 상태로 폐업을 고려 중인 문구점이 부지기수입니다. 몇 년 후에는 우리가 기억하던 추억의 문구점들이 거의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학교 앞 만물상으로 불리던 동네 문구점들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저출산으로 학령 인구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대형 유통점, 온라인 판매점이 세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 하교길 학생들로 분주해야할 문구점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문구점 선반 위에 진열된 종이접기 세트, 로봇, 게임기기, 스케치북, 크레파스 등에는 먼지가 보일 지경이었다.
이 문구점 관계자는 “하루에 10명 남짓 올까 말까하다. 고작 2~3만원 손에 쥐는 게 전부인 날이 많다”며 “요즘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서 필요한 준비물을 사다 보니 문구점을 찾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문구점은 약 400여 개로 추정되고 있다.
이마저도 각 지부 등에서 실태조사에 나설 때마다 이미 폐업을 했거나, 폐업을 준비 중인 문구점이 많아 그 수는 더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구점이 문을 닫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도내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16.9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2년(21.32명) 이후 10명대로 주저 앉은 학급당 학생수는 2016년 19.30명, 2018년 19.10명, 2020년 18.46명, 2022년 17.66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있다.
또한, 저렴한 가격에 학용품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과 함께 다이소·아트박스 등 대형 생활용품점도 생겨나면서 동네 문구점은 더욱 설 자리를 잃었다.
이에 더해 문구점들은 우후죽순 세를 넓히고 있는 무인점포들과도 경쟁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 개업해 시설이 깨끗하고 신제품이 많아 학생들이 문구점을 찾지 않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육부가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를 시행하면서 문구점 쇠퇴가 가팔라졌다는 게 문구업계의 주장이다.
학교가 입찰을 통해 준비물을 일괄 구매해 학생들에게 나눠주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문구점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문구점들도 궁여지책으로 등하굣길에만 잠깐씩 영업하고 일찍 문구점을 닫거나, 저렴한 과자·아이스크림 판매를 늘려오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원수관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전북지부장은 “작은 문구점들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공개 입찰 등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문구점 인증제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여전히 얘기만 무성하다”며 “지금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는 지역 문구점에 대한 보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