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86) 임승유 시인의 ‘자본주의’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86) 임승유 시인의 ‘자본주의’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4.03.17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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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 임승유 시인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생각했다. 생각의 구덩이가

 생겼다. 구덩이를 보려고 무릎을 꿇었다.

 

 쏠리지 않으려는 쪽이었을 때

 

 생각이 보였다. 무서운 생각이었다. 귀가 커지는 생각

 이었다. 생각을 덮어버리는 생각이었다.

 

 상관없어

 

 저 깊은 구덩이에서 나도 모르게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 무서웠는데 이미 무서운 생각을 해버렸다. 다들 한

 번쯤 해봤는데 뭐 어때

 

 그런 생각

 

 생각을 파고들수록 어려웠다. 어려울 때는 덮어놓고

 생각하는 것도 방법인데 방법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해설>

 작가 잭 런던의 미래 소설 ‘강철군화’의 예언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무서운 괴물입니다. 실제로 인류는 자본주의 악의 고리에서 헤어나기 위해 맑스주의와 오랜 세월을 뒤척였고, 많은 피를 제단에 바쳐야 했습니다. 새로운 세기로 접어들면서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 옷을 입었지만 마냥 환호작약하지 못했습니다.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가 전개되면서 자본주의는 다시 무거운 침묵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침묵 속에서 “생각의 구덩이가 생겼고”, 심지어 구덩이를 보려고 경건하게 무릎을 꿇었다고 합니다. 좌우로 쏠리지 않으려는 쪽이었을 때 여렴풋이 “생각이 보였다.”고 했지만 곧 “귀가 커지는 무서운 생각”이 되어버렸습니다. 

  소설 ‘강철군화’처럼 점점 무서워져 가는 자본주의입니다. 심지어 “저 깊은 구덩이에서 나도 모르게 죽어도 상관없다”는 체념에 가까운 생각을 해버리고 맙니다.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화려한 빛깔로 교묘하게 치장하고 우리 곁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곁에 있는 줄도 모르도록요.

 

강민숙 시인

강민숙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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