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16> 조선 최고의 묘지 명당은 전북에(2)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16> 조선 최고의 묘지 명당은 전북에(2)
  • 김두규 우석대 교수
  • 승인 2024.03.1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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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영화 ‘파묘’가 1000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핵심주제는 쇠말뚝[철침·鐵針]이다. 일제가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한반도 허리 부분에 쇠말뚝을 박았는데, 조선의 무당(김고은 역), 풍수사(최민식 역), 장의사(유해진)가 이를 제거해가는 과정이 영화의 큰 줄거리이다.

쇠말뚝은 땅기운의 흐름을 방해하지만,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더 잔인한 방법은 맥을 자르는 것[단맥·斷脈]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확인한 가장 오래된 단맥 현장이 전북에 있다. 600년 전인 1421년에 행해진 것이다.

전주에서 진안방면으로 조금 나가다 보면 ‘금상동’ 표지판이 나온다. 농로를 따라 금상동에 들어서면 큰 재실과 무덤 하나가 있다. 회안대군 이방간(1364~1421) 무덤이다. 태조 이성계의 넷째 아들이자 태종 이방원의 형이다. 1400년 이방간과 이방원 두 형제는 왕권을 두고 무력 충돌을 벌였다. 역사는 ‘2차 왕자의 난’이라 부른다. 동생에게 패한 이방간은 토산·안산·순천 등으로 귀양을 전전하다가 전주에 정착한다. 이후 전주에서 20년 살다가 태종의 명으로 홍성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곳에서 사망하였다.

그가 오래 살았던 전부 금상동 뒷산에 묻혔다. 회안대군 묘 비문은 “이때 태종은 예장(禮葬)의 예를 베풀고 지관 세 명을 파견하여 무덤 자리를 잡게 했는데 늙은 쥐가 밭으로 내려오는 형상인 ‘노서하전형(老鼠下田形)의 명당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 현장을 가보면 살이 통통하게 찐 늙은 쥐가 들판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연상된다. 다음은 비문에 없으나 후손들 사이에 전하는 이야기다.

장례를 치르고 상경한 지관들이 태종에게 경과보고를 하였다. 태종은 “회안대군 묫자리가 어떠한가” 물었다. 이때 눈치 없는 지관이 “임금이 나올 정도로 좋은 자리입니다”고 했다. 이에 태종이 불같이 화를 냈다. “회안대군 자손이 임금이 된다면 내 자손은 어찌 된단 말인가? 회안대군 무덤 뒤 맥을 자르고 뜸을 뜨게 하라.”

지금도 회안대군의 무덤 뒤 산정상에 가보면 여기저기 심하게 골이 파인 흔적이 보인다. 그때 수백 명의 사람을 동원하여 맥을 자른 흔적이다. 필자의 수업을 듣는 우석대 학생들에게 단맥의 역사적 현장을 보여주는 모범사례가 되는 곳이다.

단맥으로 그 후 후손들은 어찌 되었을까? “임금이 나오지 못하고 호밋자루를 쥐고 근근이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후손들은 말한다. 비록 단맥이 되었으나 명당은 명당이다. 그 후손들은 이후 큰 화를 당하지 살다가, 선조와 숙종 대에 걸쳐 왕족으로 신분이 회복되었으니 말이다. 이 또한 명당 덕이다.

2005년 12월 16일 전라북도는 기념물 제123호로 지정한다. 기념물로 지정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형산의 옥도 다듬지 않으면 잡석일 뿐이다. 해당 ‘문화재’에 대한 콘텐츠 개발과 설명이 필요하다. 왜 이곳이 풍수상 길지인가? 노서하전형이 무엇인가? 왜 무덤 뒤 능선에 뜸을 뜨고, 산정상을 파서 골을 만들었는가?

회안대군 무덤 앞 수백 미터 전방 논두렁에 바위 하나가 있다. 늙은 쥐에게 천적이 없으면 방심하여 발전이 없다. 후손들이 게을러 터진다. 멀리서 고양이가 노려볼 때 쥐는 긴장하며 생기가 돈다. 후손들이 생기발랄해진다. 논두렁 바위는 고양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표지판 설치·설명·정비가 필요하다. ‘고양이 바위→늙은 쥐의 머리에 해당되는 회안대군 묘역→주산인 법사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답사)코스를 만들어 줘야 이곳의 문화[光]를 볼 수 있다[觀]. 말로만 “특별자치도 전북”을 외치지 말고 이러한 것을 해야 “특별”해진다. ‘문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서 다듬어야 한다.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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