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파리가 학교에서 살아가는 법 (5)교사도 새 학기가 두렵다
홍파리가 학교에서 살아가는 법 (5)교사도 새 학기가 두렵다
  • 홍은영 전주 인후초 교사
  • 승인 2024.03.1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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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로 달력이 넘어간 뒤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왜냐? 이제 곧 3월이 오기 때문이었다.

거의 스무 해 넘게 나에게 새해는 1월 1일이 아니라 3월 2일이었다. 개학과 함께 한 해가 시작된다.

3월 2일이 지나야 진짜 새해다. 해마다 3월 1일엔 떨려 잠 못들기도 한다.

‘내일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어떻게 첫인사를 하지?’, ‘아, 어색한데 6교시까지 아이들과 뭘 하지?’ ‘아이들을 한 방에 잡아야 한다는데 웃지도 말고 무표정으로 지내봐? 아니야.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고 친절하게 해야하지 않을까?’ 등 수만가지 생각이 그날 하루동안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한다.

부모들과 아이들도 3월 2일(올해는 3월 4일이 새학기지만), 학기 첫날이 다가오면 떨린다.

‘내 아이 담임교사는 어떤 분일까? 새로운 반에서 우리 아이가 친구는 잘 사귈 수 있을까?’

오죽하면 이런 두려움에 ‘새 학기 증후군’이란 말도 있지 않나. ‘새 학기 증후군’은 아이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교사에게도 있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엄기호 씀’ 책 제목처럼 교사도 새 학기가 두렵다.

내가 회사에서 일해본 적은 없지만, 그곳에서 일한다면 그나마 동료, 장소라도 그대로이지 않을까?

해마다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을 새로 만나고, 그와 걸맞게 부모들이 바뀌고.

해마다 교실을 옮기고, 다섯 해마다 학교도 옮겨야 하니 교사도 새 학기에 적응을 잘 해야 한다.

특히나 올해처럼 월요일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그 다음주로 넘어가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첫날을 상상만 해도 어색함에 닭살이 돋는 것 같다.

교사도 개학이 두렵다. 우리 모두가 두려운 새 학기, 나만 그런 거 아니니 두려움도 함께 나누며 이겨내 보자.

‘나만 학교 가기 싫은 거 아니고, 나만 학교가 두려운 거 아니다.’ 심호흡하고 다시 학교로 간다.

 

홍은영 전주 인후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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