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호 원로시인, 첫 수필집 ‘구시렁거리는 소리’
조기호 원로시인, 첫 수필집 ‘구시렁거리는 소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4.03.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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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적거리는 짓으로 담아낸 혜안

 시집은 물론, 동시집과 장편소설을 발간하며 뜨거운 창작열을 보여주었던 조기호 원로시인이 첫 수필집에 도전했다.

 본디 수필이라는 것이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개인적인 서정이나 사색과 성찰을 표현한 글이라고 이야기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찰떡인 제목을 붙여낸 ‘구시렁거리는 소리(수필과비평사·1만5,000원)’다. 원로 시인은 “내 시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엄연한 사실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라며 작가의 말을 빌어 ‘부끄러움의 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엄살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페이지마다 담긴 수필 한 편 한 편은 그야말로 팔십 평생을 살아온 원로 시인의 발자취이고, 삶의 흔적이라는 점에 대한 경외심이 밀려들어오기 때문이다.

 “부지부식 간에 글쓰기에 중독이 되어 회복할 수 없는 글쟁이 병자가 되어버렸다”면서 인생이 삭막하지 않도록 도와준 글쓰기에 대한 애정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젊은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터라 시인의 기억 속에는 문단의 숨은 야사들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시의 존재 이유에 대한 나름의 논리를 펼치는가 하면, 문학상에 얽힌 이야기 한 토막 등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얽힌 일화들을 실감나게 표현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필을 탐독하다보니 시인이 보리밥을 아주 많이 싫어한다는 취향까지도 알게 되었다.

 조 시인은 “섬세하고 마음의 밑바닥에서 표출해내는 아름다운 심리묘사를 느낄 수 있는 다른 작가들의 수필집에 비해 심리 위주가 아닌 사건 위주로 엮은 듯 해 독자와 수필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며 “이런 글도 수필의 범주에 포함되는지 의심을 해 보며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못되었음을 널리 이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 시인은 어느 구석에서는 그 원칙이 무참히 무너져 오히려 더욱 복잡하고 불편한 세상에 따끔한 한 마디를 던지는 원로 문인이다. 그동안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 ‘육자배기’ 등 25권의 시집을 비롯해 장편소설 ‘색’ 1. 2권, 동시집 ‘오월은 푸르구나’, ‘아 그 배나무 꽃잎은 흩날리는데’ 등을 펴냈다. 한국문학백년상, 후광문학상, 목정문화상, 전북문학상, 한송문학상 외 다수의 수상 이력이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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