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영과 함께 떠나는 생태 환경문학 기행(5) 나비의 날갯짓이 그리운 계절
장창영과 함께 떠나는 생태 환경문학 기행(5) 나비의 날갯짓이 그리운 계절
  • 장창영 시인
  • 승인 2024.04.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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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도에서 봄소식이 오고 있다. 이른 봄소식은 복수초 노란 꽃잎에서 온다. 아직은 바람이 차지만 눈 속에서 복수초가 필 무렵이면 봄이 머지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이어 얼레지, 산자고, 노루귀, 변산바람꽃, 나도바람꽃, 꿩의바람꽃, 중의무릇 등이 연달아 피기 시작하면 매섭던 바람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세상이 봄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말해주듯이 때가 오면 어김없이 꽃이 피고 새순이 돋는다. 얼레지가 피는 시기면 어김없이 애호랑나비가 나온다.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추어 산호랑나비와 호랑나비를 비롯한 다른 나비들도 하나둘씩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세상으로 찾아온다.

 지금은 이런 꽃과 나비를 만날 수 있지만 그게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사라진 나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때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상제나비, 쐐기풀나비 등이 남한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나비로 남아버렸다. 대다수의 나비 애호가들은 개체수가 해마다 줄고 있는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나 멧노랑나비 등도 조만간 사라지리라 예측한다.

 우리 주변에서 나비가 사라진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크고, 무분별한 개발로 나비가 생장할 수 있는 먹이식물이 사라진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급격한 환경 변화는 나비의 개체수만이 아니라 발생 지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IUCN) 준 위협종으로 등재하여 보호종으로 지정된 큰주홍부전나비처럼 이전에는 경기지방 외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던 나비들이 이제는 전국적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뾰족부전나비처럼 제주도와 남해지역에서만 나타났던 나비가 이제는 북상하여 내륙에서 보이는 일도 잦다.

 어느 해는 특정 나비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지만 다음 해에는 그 수가 현저히 줄기도 한다. 보통 나비 한 마리가 몇 개부터 천여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나비가 낳는 알 중에 단 4%만이 나비로 변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지금 우리가 보는 나비는 그 치열한 전쟁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나비이다. 만약 수많은 알이 다 부화한다면 아마 나비의 먹이인 나무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여 나비의 개체수를 조절하여 생태계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고 있는 셈이다.

 운 좋게 나비가 우화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본 일이 있다. 눈앞에서 생명이 세상의 문을 여는 순간을 보는 경험이란 매우 특별하고 감동적이다.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서 긴 겨울을 이기고 밖으로 나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나비들이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봄에는 그 나비들의 화려한 날갯짓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장창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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