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3.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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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가 살아가면서 영화, 드라마, 일상생활에서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내로남불’이다.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준말이다. 내로남불을 한자로 옮기면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가 된다.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 현상은 연인 간, 부모와 자식 간, 여야 정당 간에서도 나타난다. 내로남불은 인간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라 할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많이 경험한다. 카페에서 자신이 친구와 수다를 떨 때는 시끄럽다고 생각하지 못하다가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큰 소리로 수다를 떨 때 시끄럽다고 생각한 경험이 있다면 이는 내로남불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귀인이론’으로 설명한다. 귀인이론이란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행동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추론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귀인이론은 크게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 1896-1988)의 이론과 켈리(Harold Kelley, 1921-2003)의 이론이 있다. 하이더는 행동의 원인을 어느 차원에서 찾는지에 따라 내부 귀인과 외부 귀인으로 구분했다. 내부 귀인은 사람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사람의 성격, 특성, 기질 등 내부적인 차원에서 찾는 것이며, 외부 귀인은 환경, 외부 압력, 사회적 규범, 상황 등의 외부적인 차원에서 찾는 것이다. 켈리의 공변 모형 이론은 행위자, 자극, 상황이라는 세 가지 항목이 변화할 때 같은 행동이 관찰되는지를 고려해 행동의 원인을 추론한다는 모형이다.

이러한 귀인이론에는 ‘기본적인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가 발생할 수 있다.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판단할 때 기준이 달라 오류를 범하게 된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은 자신이 행위자일 때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외부 환경이나 상황을 탓하는 외부 귀인을 하고, 관찰자인 경우에는 행위자의 행동에 대해 그 사람의 성격, 특성 탓으로 돌리는 내부 귀인을 하는 것을 말한다. 타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과 같은 외부 요인들의 영향은 과소평가하고, 성격 같은 내부 요인들의 영향은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자신보다 남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나에겐 관대하지만 남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든지, 내 잘못은 환경 탓으로 돌리지만 남의 잘못은 사람 탓으로만 돌리는 내로남불의 태도가 나타난다.

이러한 귀인행동은 다양한 형태의 편향(bias)을 통해 타인이나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 자기중심적 편향(Egocentric bias)도 귀인 오류의 하나이다. 자기중심적 편향이란 주어진 정보를 지나치게 자기 위주로 판단하고 현실보다 자신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관여한 일의 결과에 대해서 자신이 기여한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기중심적 편향이 발생하는 원인은 자신을 더 뛰어난 존재로 포장해서 드러내고 싶은 심리적 욕구와 다른 사람의 노력이나 시간 투자는 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내가 이 일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는지는 자신이 잘 알 수 있는 부분이고, 다른 사람의 행동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더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적 편향은 나의 기대와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기대와 일치하지 않으면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무시하거나 중립적인 정보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포털 사이트나 앱에서는 편리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검색자의 성향을 파악하여 비슷한 정보를 제공하고 반복적으로 듣고 읽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균형적인 사고를 할 수 없도록 외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은 ‘인간은 진실을 믿지 않고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자기중심적 편향사고는 자존감을 높이는 데에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그것이 과도하면 또래집단 사회에서 소통의 부재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왕따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사회분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남이 틀렸다고 매섭게 비판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러한 발언을 한 사람은 사이다 발언이라며 인기를 끌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기 있는 행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이 자신을 비판하거나 비판에 직면했을 때 내가 틀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 있는 자세다.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단 1%라도 인정하게 될 때 자신의 태도가 바뀌게 되고, 나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된다.

타인의 행동에 대해 내로남불의 태도나 자기중심적 편향사고로 타인을 지나치게 비판한다든지,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의 태도를 견지한다든지, ‘불륜’ 등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 자세는 지양되어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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