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곡(嵐谷) 하수정 초대전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람곡(嵐谷) 하수정 초대전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4.03.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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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여정을 펼치면서 인내와 인내를 다짐하면서 여기까지……. 작품의 호불호는 관객에 맡기면서 가는 길을 다시 갈 뿐입니다.”

 원로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담담했다. 붓을 자유자재로 만질 수 있는 필력으로 늘 자신감 넘치고 거침없는 작품을 선보이는 람곡(嵐谷) 하수정.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는 그는 삶 자체가 예술인 모습으로 늘 우리를 맞는다.  

 (재)청목미술관은 12일부터 31일까지 람곡 하수정 선생의 초대전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를 개최한다.

 이번 초대전은 람곡 선생의 60여 년 창작의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여정을 다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은 병풍 2점과 평면작업 20여 점으로 구성했다. 작가의 문인화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작가의 지난 시간의 흔적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하 작가의 작업은 한지뿐 아니라 명주, 마직, 모시, 광목 등의 다양한 재료에 황토, 쪽빛, 홍화 등으로 천연염색을 한 후 그 위에 작업한다.

 재료만이 아니라 작업의 내용까지 전통적인 한국화의 틀을 뛰어넘어 형상의 외적인 것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대담한 선들이 뛰어놀 듯 자유롭고 자연스럽다. 이는 마치 서양화의 작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전통적인 것을 뛰어넘어 독특한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

 문인화는 직업 화가가 아닌 문인 사대부들이 여기로 그린 그림으로, 기법에 얽매이거나 사물의 세부 묘사에 치중하지 않는다. 람곡 선생은 사물의 내적인 면을 강조하고 형사(形似)를 추구하지 않고, 그림에 기교가 나타나지 않도록 맛을 살려 그림으로 천진함을 강조했다.

 이철규 예원예술대 교수는 “람곡의 작품은 내적으로는 일탈(逸脫), 외적으로는 상외(象外_형상 밖, 형상을 다시 재해석하다)로 표현하고 싶다. 게다가 파격이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라며 “노익장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문인화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젊은 작가처럼 패기를 가지고 도전하고 있다. 전북에서 이 같은 문인화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참 오랜만에 눈이 호강한 느낌이다”고 전했다.

 하 작가는 전주 출생으로 추사의 필맥을 이어온 고조부 성파(星坡) 하동주(1879~1944) 선생과 강암 송성용 선생의 문학에서 수학, 어린 시절부터 한학과 서예, 문인화를 두루 익히면서 탄탄한 기본기를 닦았다. 개인전 약 50여 회(국내 30여 회, 해외 및 국내 초대전 25회), 단체전 기획전 1천여 회 참여했다. 전주시민의장 문화장을 수상했고, 강암연묵회 회장을 역임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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