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너머의 여성인재들
유리천장 너머의 여성인재들
  • 방극봉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4.03.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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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은행에는 ‘여(女)행원제도’가 있었다. 남녀 직원들이 함께 입사해도 남직원은 일정 기간이 되면 호봉도 오르고 승진도 하지만 여직원은 특별전직 시험을 봐야만 정식 행원이 될 수 있었다. 불평등의 시대였다. 당시 전국적으로 금융계 내 성차별 극복을 위해 여성운동들이 이어지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여직원들의 복리후생과 회사 내 지위향상에 대한 노력들이 이어졌고 1993년 드디어 여행원제도가 폐지되기에 이른다.

 전북은행에서도 여직원들이 힘을 모아 ‘우리의 목소리를 내 보자’라는 취지로 1984년 여직원들의 모임인 ‘목련회’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봉사단체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 시작은 여권 신장을 위한 출발선상에서 모였던 것. 목련회는 현재까지 은행 내 입지를 다져가며 다양한 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훈훈한 정을 나누며 내부 결속을 견고히 해 나가고 있다.

 또 지난 2022년에는 유리천장을 깨고 전북은행 최초 여성임원이 탄생했고 올해는 최초 1급 여성지점장을 배출했다. 보통 2급, 3급 지점장들이 대다수인 가운데 1급 승진은 임원 다음으로 직원들이 오를 수 있는 최고 위치이다.

 그동안 남성 부·지점장들의 1급 승진은 있었지만 여성 지점장의 1급 승진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북은행은 이 외에도 부·지점장급에서 여성의 비중이 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전체 지점장 중 여성 지점장의 비율은 3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타 은행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치다.

 이는 전북은행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성평등 문제 해소 및 여성인재 발탁으로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체제가 확산되면서 여성도 남성과 같이 노동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보다 열악한 노동 조건과 부당한 임금을 받아왔다. 이에 유엔은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로 정하고 여성들이 성취한 업적을 기리며 여성에 대한 차별 철폐 및 여성의 지위 향상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의 메인 테마는 ‘포용을 고취하라(Inspire Inclusion)’였다고 한다. 경영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다양성과 포용이 존중되는 조직 문화는 기계적 평등이나 사내 복지를 강화하는 차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여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려하자는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여성들이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여성 리더들이 늘어나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여성의 일자리 환경을 측정하는 ‘유리천장지수(Glass ceiling index)를 집계해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11년째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탁월한 자질을 갖춘 여성들이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은 기업, 더 나아가 국가적 손실이다.

 필자도 두 딸의 아버지로서 대한민국 모든 딸들이 더욱 공평하고 포용적인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회의 리더와 의사결정권자들의 다양성 증대, 교육과 인식 개선 등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해 더욱 공평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여성 인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기업들의 역할일 것이다.

 능력 있는 인재를 성별로 나누는 시대는 갔다. 전북은행도 첫 여성임원이 나오는데 반세기가 걸렸지만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그 시대적 흐름에 따라 성평등한 사회를 이룩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그것은 미래 세대의 안녕과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방극봉<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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