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있겠지만, 작년 장마 기간 전까지 남부지방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일부 지역은 수돗물 제한 급수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천과 댐의 물 이용을 연계하고 사용한 물을 다시 쓰는 등 급박한 대책을 세워야 했다. 섬진강댐도 저수율이 20퍼센트 수준까지 떨어져 바닥을 드러냈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토록 심각한 가뭄에도 연간 전체 강수량은 늘었다는 것이다! 2023년 섬진강댐 유역 강수량을 측정한 결과 관측된 49개년 중 역대 1위로 가장 많았다. 하반기에 그만큼 비가 집중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을 실감하게 한다. 기상이변은 올해도 진행 중이다. 예전 같으면 지금은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물을 담아 두는 시기지만, 섬진강댐 저수율은 90%를 넘었다. 방류를 통해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다.
날이 갈수록 물 환경의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극한 호우는 최근 물 환경 변화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매우 강한 비의 기준인 시간당 30mm보다 2배 이상 많은 양의 비를 극한 호우라 부른다. 기후변화로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이 잦아진 것이다. 강수량의 극적인 변화는 수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극한 호우로 넘치는 비는 상류 지역의 오염물질을 대량으로 하천에 끌고 간다. 이는 하천의 부영양화로 이어진다. 예년보다 최근 녹조 발생이 잦아진 원인 중 하나이다.
극한 호우로 오염물질 관리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강수 변동이 예측을 벗어나는 기후변화 시대에 맑고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려면 하천과 연결된 이해관계자 모두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축산과 농경, 일상생활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오염물질이 비와 함께 하천 상류와 저수구역 인접 지역에서 유입되지 않게 하려면 저마다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대응해야 한다.
섬진강댐 옥정호 수질은 양호하나 최근 여름철에는 녹조의 기운이 강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가속으로 녹조 발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호수에 유입되는 오염물질은 계속 축적되고 있다. 이에 K-water는 상시 녹조 모니터링을 하고, 수면포기기나 조류 차단막 설치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는 환경부 오염원 관리사업과 연계한 녹조 수상퇴치밭, 대용량 녹조제거설비 등 녹조 저감기술을 도입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발생한 다음 대응하는 것은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원천적으로는 오염원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오염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하지 않는지, 하수 처리는 제대로 하는지, 축사에서 나오는 분뇨를 처리할 방법은 없는지, 쌓아놓은 퇴비가 비가 오면 하천에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하는지 등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이 필요하다.
스위스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호수로 유명하다. 그런데 스위스의 호수도 1960년대 후반까지는 산업 활동으로 인한 오염물질과 생활하수 유입으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생물이 살 수 없는 상태까지 나빠진 적이 있다고 한다. 오늘날 루체른 등 스위스 호수 인근에는 호텔, 음식점, 캠핑장, 산책로, 요트와 유람선 등 다양한 관광시설이 있고, 목장 등 호수를 자유롭게 이용하면서도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폐수처리시설을 촘촘하게 설치하고, 가축사육 쿼터제와 질소, 인산 같은 비료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 주민과 정부가 다양한 노력을 한 결과물이다. 물을 둘러싼 당사자들이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스위스가 이뤄낸 변화를 우리가 이루지 못할 이유는 없다. 최고의 녹조 제거는 상생과 협력에 달려있다. 우리의 대응은 기후변화의 속도보다 한 발 더 빨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 둘러싼 관리 주체와 지역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에 맑은 물 환경은 가장 귀한 자원이다. 물관리가 직면한 지금의 도전과 위기를 잘 극복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깨끗한 수질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자.
김철한 <K-water 섬진강댐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