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지교(水魚之交·인연)
수어지교(水魚之交·인연)
  • 나아리 전북영화인협회장
  • 승인 2024.03.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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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리 전북영화인협회장

 생을 견디는 건 모든 생물의 첫 번째 의무이다. 인간에게 짓밟히는 풀도, 혹한의 눈 속에 핀 한 송이 꽃도 한마디 말없이 견뎌 낸다.

  지능을 갖고 태어난 동물, 그중 지적 능력이 최고 우수한 인간의 삶은 어떨까?

  인생은 일장춘몽이라 하지 않았던가 10년을 살든 100년을 살든 뒤돌아보면 꿈같은 시간이다. 이 꿈같은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어느 순간 인생이 순탄치 않다 생각될 때가 한번은 찾아온다.

  그런 삶을 사는 시기라면 본인의 삶을 위해 처방받아야 한다.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선물 같은 인연이라는 처방 말이다. 그리고 그 단어 끝에 고마움이라는 비타민까지 더한다면 더 좋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어느 한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는 자신의 망가진 삶으로 인해 인생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신세 한탄과 가족들도 자신에게 짐만 되는지를 신에게 따져 물으며 원망했다. 낡은 집, 평범한 옷, 오래된 자동차, 아내의 그 나물에 그 밥인 밥상 등 모든 것이 이 남자에게는 만족할 수 없는 삶이었다. 집에서는 아내의 잔소리, 회사에서는 상사의 눈치도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매월 받는 월급도 만져보지도 못하고 자식들 학비와 병원비로 진 빚 갚느라 반이 사라지는 일상이 그에게는 지치고 힘든 삶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남자는 배를 타고 가던 중 목사와 대화하게 되었고 자신의 고민을 목사에게 털어놓았다.

  목사는 미소를 지으며 인생의 천국과 지옥은 마음에 달려 있으니 오늘부터 인연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잘 간직하라고 조언했다. 그 마음을 간직하고 집에 들어가 집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바라보면 그 물건들이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에 의해 만들어져 내가 지금 편하게 살고 있기에 보이지 않는 인연에도 감사하라는 것이었다.

  이 남자는 속으로 비웃으며 “인연이라는 단어는 똥개에게나 던져줘 버려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잠시 후 거센 폭풍우가 일어나 배가 침몰하게 되어 이 남자는 홀로 무인도에 갇히게 되었다. 무인도에서 홀로 지내다 보니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예전에 지나치게 불만스러워했던 일상이 미치도록 그립게 느껴졌다.

  아내가 차려준 변변찮은 밥상이 고마운 한 끼였고, 무인도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그리워 아내와 상사의 잔소리를 실컷 듣게 해달라 하늘에 소원을 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일상의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 후 구조되어 집에 돌아간 남자는 대문을 열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냉장고 안에 있는 생선, 과일, 야채들이 알지도 못한 사람들의 땀에 의해 내가 편하게 인생을 살고 있구나 깨닫게 되었고 수많은 인연들로 감사히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 어디선가 신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불평불만을 토로하며 승진 기도, 재물 기도를 하고 있는 이가 있을 것이다. 신에게 잘되게 해달라 요청하기 이전에 신이 주신 놀라운 인연에 감사기도를 먼저 드리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보라 우리가 힘들 때 우리 마음을 위로해주는 영화 한 편, 음악들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의 창작물로 위안을 받는다. 신이 이 세상에 우리를 위해 서로가 서로를 위해 살아갈 수 있게 선물 해주신 인연이라는 선물, 그래서 인연의 가치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고 나와 가족,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나아리 <전북영화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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