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국전쟁》에 ‘진짜 이승만’이 보였을까
영화 《건국전쟁》에 ‘진짜 이승만’이 보였을까
  • 송일섭 염우구박인문학교실 운영자
  • 승인 2024.03.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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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국전쟁》은 이승만 대통령의 삶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 정권의 실세들이 나서서 영화 소감문을 늘어놓고, 특정 교회를 중심으로 단체관람을 유도하고 있다는 뉴스가 더 관심을 끌었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저런 이야기가 나올까를 생각하면서 이 영화를 관람하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필자는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는 사실에 대한 실체적 분석보다는 그 해석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영화 속에 패널(?)로 등장한 인사들의 역사관을 일방적으로 드러냈다. 김덕영 감독은 어떤 의도로 이 영화를 제작했을까? 그것은 그의 다음 한마디에 잘 드러나 있다.

“이승만 죽이기는 北의 공작…이제 ‘진짜 이승만’을 마주하세요”

이 말을 대하면서 필자에게는 몇 가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과연 우리가 이승만에 대해서 아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이 무엇일까. 지금까지 우리가 들어왔던 이야기와 이 영화에서 말하는 ‘진짜 이승만“은 무엇이 다를까. 김덕영 감독이 ‘진짜 이승만’을 제대로 보여줄까. 그의 말대로 70년 된 거짓말은 무엇일까. 또한 이 영화가 ‘다큐’라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들어왔던 내용과 많이 달라서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김덕영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서 지난 70년 동안 지워지고 왜곡된 이승만의 진실과 조리돌림당한 위인을 더 늦기 전에 원상으로 회복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면서 ‘이승만 지우기’의 주범은 ‘북한’이고, 그 지령대로 남한의 친북 주사파 세력들이 앞장서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역사 전쟁’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이 영화에서 밝힌 것처럼 이승만 정부의 토지개혁, 여성 투표권 보장,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에 대한 업적은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1995년에 “이승만 괴뢰도당 타도”라는 내용이 적힌 북한 현수막을 보여주면서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북한 지령에 따른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낯설었다. 아무리 급진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도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죽여서 북의 김일성을 두둔하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

어떤 것이 사실인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면서도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나치의 요제프 괴벨스가 남긴 “거짓말도 계속하면 진실이 된다”라는 사실이다. 영화 초반에서부터 이승만이 독재를 주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함에도 권력에 대한 그의 집착은 전쟁 중인 1952년에도 잘 나타난다. 임시수도 부산에서 계엄령을 선포하여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발췌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1954년에는 ‘사사오입(四捨五入)’이라는 개그 같은 논리로 개헌하여 ‘대통령직 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였다. 1958년 12월 24일의 국가보안법 개정, 1960년의 3.15 부정선거를 ‘옥(玉)에 티’로 설명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병옥 박사가 유세 중 사망하여 무투표 당선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굳이 부정선거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은 전후 맥락을 생략한 궁색한 설명에 불과하다. 정파가 다른 사람의 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그들이 벌인 일을 복기해 보았으면 한다. 부정선거를 하지 않았다면,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 떠오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이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실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역사적인 인물의 삶은 후세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1948년 정부수립에서 1960년 4·19혁명이 있기까지 그가 대통령으로서 한 일이 모두 부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개발 독재를 선도하면서도 산업화를 앞당긴 점을 평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일방적인 감싸기가 아니라 그의 공과(功過)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산의 20% 이상을 교육에 투자하여 문맹을 줄이고, 여성의 정치참여를 선진 외국보다 앞서 시행한 사실은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공적에도 불구하고 왜 젊은이들이 혁명 대열에 섰을까. 초대 대통령이니까 그가 벌인 정치행태를 정당한 것으로 보거나, 잘못이 분명한데도 관용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독재자, 친일파, 미제의 앞잡이, 전쟁 때 한강 다리 폭파하고 도망간 ‘런승만’, 막대한 비자금, 부정선거 등등.

이 영화에서는 세간의 이런 평가를 모두 거짓말이라고 하였는데, 많은 국민의 동의를 얻어낼지는 모르겠다. 김덕영 감독의 ‘선글라스를 벗어야 한다’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떤 프레임을 씌워서 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객관적 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 즉 제대로 조명하여 역사적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직했던 11년 남짓의 공과는 물론이고, 그의 삶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극단에 서서 평가하고 대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의 분명한 실재다. 잘한 점은 평가하되, 잘못한 점은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건국전쟁》에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여전히 궁금할 따름이다.

 

송일섭 염우구박인문학교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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