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삶을 찾아 완주로” 완주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3기
“쉼이 있는 삶을 찾아 완주로” 완주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3기
  • 완주=배종갑 기자
  • 승인 2024.03.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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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이 있는 삶을 찾아 완주로 귀농하다”

 2019년 용인에서 완주군 고산면으로 귀농한 김경한, 정유진 부부는 오랜 시간 도심에서 살아왔지만 언제나 자연 속의 삶을 꿈꿔왔다.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완주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 입교하며 본격적인‘농촌살이’를 시작했다.

 그동안 농사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모르는 것도 배울 것도 많지만 날마다 부지런히 공부하며 논과 밭의 초록에 익숙해지고 있다. 부부는 완주로 오고 나서 삶의 여유가 많이 생겼다고 말한다.

 ◆초보 농부의 농사 고군분투기

 부부는 2020년 완주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수료 후 경천면의 땅을 매입해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전 토지주가 남겨준 고추를 이어받아 키웠는데 첫 해 농사는 그야말로 대실패였다. 작물을 돌보는 요령이 부족했던 데다 설상가상으로 탄저병을 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히 적은 양만 수확할 수 있었다.

 부부는 이후 농사일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보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남편 경한 씨는 산림기능사와 유기농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아내 유진씨는 종자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밖에 완주군 농업기술센터 농업인대학 교육 과정을 수료했고, 2021년에는 전북 농업마이스터대학교에서 시설 고추 재배, 친환경 채소 재배 과정 등을 수료했다. 그렇게 실패와 배움을 거름 삼아 노력한 결과 수확량은 매년 증가했으며 현재는 1,400여평 규모의 밭에 감자와 양파, 백향과 등 다양한 작물을 심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유러피안 샐러드와 쌈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해 완주, 전주 내 로컬푸드 직매장은 물론 SNS를 통해 전국 각지로 판매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앨리스’의 모습

 부부의 농장인 ‘앨리스 텃밭’은 귀농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조성한 것이다. 당시 작업장 외부의 간판 설치, 씨앗 모종과 포장재 구입, 창업 관련 컨설팅 등을 받을 수 있었다.

 한편 농장의 이름은 처음 완주를 찾은 직후 자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은 것이다. 이곳이 낯설고 생소하기만 하던 당시‘먼저 살던 사람들 또한 우리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서 착안했다.

“느지막이 밭에 나와 작물을 돌보는 우리를 보고 ‘저들은 왜 아침에 일하지 않을까’ 고추 농사에 도전한다더니 얼마 후 밭 전부를 태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의아했을 것 같고요. 그들 눈에는 불현듯 이곳에 나타나 생소한 행동을 하는 우리가 앨리스처럼 보였을 거예요. 그런 생각에 이렇게 이름을 지어봤어요. 그리고 낯선 장소에선 누구나 앨리스가 될 수 있으니까요. 결국 모두를 대변하는 이름인 셈이죠.”

 ◆쉼이 있는, 더불어 사는 삶

 완주로 귀농한 지 5년 차에 접어드는 올해. 그동안의 생활이 어땠는지 묻자 부부는 한마디로 “살아볼 만하다”고 답했다. 덧붙여 앞서 정착한 사람으로서 귀촌이 아닌 생업으로 귀농을 택한다면 귀농인의 집과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와 같은 귀농귀촌인을 위한 임시거주시설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역을 경험해보기를 추천했다.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 거주하면서 다양한 교육을 받아보며 완주를 구석구석 탐방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프로그램 외에도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주고받아 볼 수 있었고요. 수료해 다른 곳에 정착한 후에도 꾸준히 귀농귀촌지원센터와 교류하며 도움을 받고 있어요. 선배 귀농인들과 계속해서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소속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어 한편으론 많이 기대는 언덕이 되었던 것 같아요.”

 덧붙여 경한 씨는 “귀농은 물리적인 정착보다 마음의 정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와 농촌, 눈에 보이는 환경의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 불편을 느끼는 것은 이해하고 농촌으로 선택한 지금을 생각하기에 따라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오히려 농촌에서 행복하게 즐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농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러려면 오기 전부터 편견 없이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을 준비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들의 목표는 예비 귀농귀촌인 또는 잠시 쉼을 찾아 이곳에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농업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내가 먹을 농작물을 직접 심어보는 농장 체험, 농촌 관광과 농가 방문을 통해 지역을 탐방하고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활동과 체험 공간을 기획 중이다.

“아직도 완주에 와서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 있어요. 여전히 이곳이 낯설 때가 있고, 정착하는 과정이다 보니 처음부터 스스로 풀어야 하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귀농하기 전과 비교하면 마음에 더욱 여유가 생긴 건 분명해요. 여유가 있는 삶, 만나서 맛있는 집밥을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삶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앨리스의 텃밭

 <구입문의> @alices_farm (인스타그램 DM)

 

완주=배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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