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암 발병 1위 ‘갑상선암’ 혈액검사 정상이라도 방심은 금물
한국인 암 발병 1위 ‘갑상선암’ 혈액검사 정상이라도 방심은 금물
  • 최창환 기자
  • 승인 2024.02.27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247,952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는데, 그 중 갑상선암이 전체 암 발생의 11.8%로 1위를 차지했다. 전북대학교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윤현조교수와 문답을 통해 갑상선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갑상선의 역할 

 갑상선은 목 앞 아래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인체의 신진대사를 전체적으로 조절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갑상선이 분비하는 갑상선 호르몬은 신체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데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되어 대사량이 증가해 땀이 많이 나고 체중이 감소하며, 반대로 너무 적게 분비되면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되어 대사량이 감소해 추위를 많이 타고 체중이 증가합니다.
   

 ▲갑상선에 혹이 있으면 모두 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는 갑상선에 혹이 있는데 대부분은 양성 종양으로 괜찮은 혹이고 그 중 5%만이 악성 종양 즉, 암입니다. (음성 종양은 없습니다.) 따라서 갑상선에 혹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2020년 한 해 동안 약 2만 9천 명이 새로 발생했으며 현재 약 50만 명의 갑상선암 환자가 있습니다. 갑상선암은 여성에서 남성보다 4-5배 정도 많이 발생하고, 40-5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갑상선에 생긴 양성 종양은 어떻게 치료하는지? 

 갑상선 종양 중 암이 아닌 경우는 일반적으로 지켜보면서 정기적으로 추적관찰하게 됩니다. 하지만 양성 종양이라도 점점 커지는 경우 에탄올 주입술, 고주파 치료 등을 통해 크기를 줄이기도 하며, 크기가 4-5cm 정도로 너무 커서 미용적으로 보기가 좋지 않거나 목이 불편한 경우 또는 목소리가 변하는 등의 압박 증상이 있으면 수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 크기를 줄이려 하였으나 갑상선 호르몬제 투여로 혹을 줄일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갑상선암의 발생 원인 

 갑상선암의 발생 원인은 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거나 체르노빌 같은 방사능 피복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유전에 의한 갑상선암은 5%에 불과하며 갑상선에 양성 종양이 있는 경우, 비만인 경우에 갑상선암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갑상선암 중 수질암은 약 20% 정도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갑상선암의 증상 

 대부분의 갑상선암 환자는 특별한 증상이 없습니다. 따라서 증상으로 갑상선암을 진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에 피곤해서 갑상선 검사를 받았다가 갑상선암을 진단받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 다행스러운 경우이고 갑상선암이 있다고 해서 피곤하지는 않습니다.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갑상선암이 이미 많이 진행되어 완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갑상선 종양이 있는 분 중 크기가 4cm 이상이거나 최근에 갑자기 커진 경우나, 목소리가 쉬거나 혹이 딱딱하게 만져지며 목 주변에 림프절이 만져질 때에는 갑상선암을 의심해 볼 수 있으니 가까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갑상선암 진단 방법 

 환자분들 중 건강검진으로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이상이 없는데 갑상선암이 언제 생긴 거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안타깝지만 혈액검사로도 갑상선암을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신체 진찰 또는 초음파에서 갑상선암이 의심되는 혹이 있는 경우 세침흡인세포검사를 통해 갑상선암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세침흡인세포검사는 가느다란 주사 바늘을 이용해 갑상선의 혹을 찔러 세포를 채취해 검사하는 방법으로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몇 분 안에 끝나는 간단한 검사입니다. 세침흡인세포검사 결과가 애매한 경우에는 총 조직검사를 시행해 진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초음파에서 암이 의심되는 혹이 있더라도 아주 작은 경우에는 세침흡인세포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크기가 1cm 이상인 경우에 시행합니다.
 

 ▲갑상선암 치료법 

 모든 암과 마찬가지로 갑상선암의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수술입니다. 수술 방법은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갑상선의 반절을 떼어내는 갑상선 엽절제술과 갑상선을 전부 떼어내는 갑상선 전절제술이 있습니다. 수술 시 전이가 의심되는 림프절이 있는 경우 갑상선과 함께 제거합니다. 갑상선을 전부 절제한 환자들 중 재발 또는 전이의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행합니다. 갑상선을 전부 제거하면 갑상선 호르몬제를 계속 복용해야 하며 재발 위험도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 갑상선 호르몬 억제 치료를 시행하게 됩니다.
 

 ▲갑상선암 수술 시에 혹만 떼어내면 안되는지? 

 갑상선암은 미세하게 다발성으로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혹만 제거하는 수술은 시행하지 않습니다. 암이 한쪽 엽에만 국한되어 있고 전이 소견이 없는 경우에 갑상선 엽절제술을 시행하고 양쪽에 있거나 림프절 전이 소견이 보이면 갑상선을 전부 제거합니다. 최근에는 갑상선암이 한 가운데에 있고 초기인 경우에 가운데만 제거하는 협부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갑상선암 수술 후 호르몬제는 꼭 복용해야 하는지? 

 갑상선을 전부 제거한 경우에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계속 복용해야 하지만 갑상선을 한 쪽만 제거한 경우에는 남은 갑상선이 두 배의 일을 하여 정상 호르몬 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단, 갑상선을 한 쪽만 제거한 경우에도 갑상선염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10-20%는 기능 저하에 빠질 수 있어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니 정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갑상선암 수술 후 병원을 계속 다녀야 하는지? 

 갑상선암 수술 후 정기검진은 약의 적정량 유지와 재발의 조기 발견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각 병원마다 다를 수 있지만 수술 후 초기에는 3-6개월 간격으로 신체 진찰 및 혈액 검사를 시행하며 6-12개월 간격으로 초음파를 시행합니다. 수술 후 2-3년 정도 경과하여 갑상선암이 성공적으로 제거되었다고 판단되면 1년 간격으로 추적관찰 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암은 매우 느리게 자라며 10년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5-10% 내외로 존재하므로 장기간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전북대학교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윤현조 교수

 ▲전북대학교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윤현조 교수 “모든 암이 그렇듯 갑상선암도 조기진단이 중요” 

 진료를 볼 때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분들에게 ‘많이 당황되고 힘드시겠지만 지금까지 앞만 보고 바쁘게 사셨으면 잠깐 쉬면서 본인의 건강을 살펴보라고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시라고 설명 드립니다. 갑상선암은 생존율이 아주 높은 착한 암입니다. 생존율이 높다는 이야기는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갑상선암을 진단 받았다고 당장 내일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시급한 암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지켜보기만 하며 진행하도록 내버려 두면 안됩니다. 모든 암이 그렇듯이 갑상선암도 조기 진단이 중요하며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완치의 가능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갑상선암! 관심이 필요합니다.

 

 최창환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