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광인의 외침
어느 광인의 외침
  • 김상우 국가보훈부 국립임실호국원장
  • 승인 2024.02.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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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국가보훈부 국립임실호국원장

 ‘98년 어느 추운 겨울날 사당에서 전철을 타고 삼각지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내 옆에 이상한 노인이 오더니 큰소리로 “미스터 안중근, 화이투 코리아”라고 외쳤다. 가슴에는 당신이 직접 쓴 듯한 큰 글씨체로 ‘역사상 가장 큰 자비로의 초대’ 란 큰 글자를 볼 수 있었다.

 순간 나는 좀 당황했다. ‘속으로 아이고 이 추운 겨울날 할아버지가 정신이 좀 이상해서 헛소리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하고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우연히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특집으로 만든 김우현 감독의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인터넷 프로그램에서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거진 30년 동안 맨발로 다니셔서 맨발의 천사라 불리셨고 서울의 그 추운 겨울날 맨발로 전철을 다니는 이유가 통일이 되지 않아서이고, 통일이 되면 다시 신발을 신을 것이란 얘기에 왠지 가슴이 짠했다.

 그분의 이름은 최춘선 애국지사님이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그분을 다시 만난 것은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서였다.

 당시 보훈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필자가 목회자분들을 모시고, 유관순 기념관, 독립기념관, 그리고 최춘선 애국지사분이 묻혀계셨던 그 묘지를 함께 참배를 하면서 순례를 한 기억이 있다.

 인터넷 프로그램을 통해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묻혀 있다는 기억을 더듬어 대전현충원 측에 묘소 위치를 확인하였고 그렇게 그분의 묘소를 찾아 참배를 통해 인사를 드렸다.

 해마다 3.1절이 되면 그때의 일들이 가끔 생각이 난다.

 정말 바쁘게 살아가는 삶이지만 가끔 그때 기억을 떠올릴 때면 여유롭게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삼일절을 맞이하게 된다.

 올해로 105주년을 맞이하는 삼일절에 맞춰 국가보훈부에서는 민족대표 33인 유족을 위문하고 삼일절 기념식을 준비하는 등 여념이 없으며, 우리 임실호국원 역시 우표로 보는 독립운동가 온·오프라인 특별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해마다 맞이하는 삼일절이지만 올해는 그 감회가 새로운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유공자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곳이기 때문일까?

 요즘 가끔 느끼는 것은 숨쉬고, 살아가는 것이 축복임을 깨닫는다.

 살아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세월을 아끼는 것이 지혜임을 깨닫는다.

 다가오는 삼일절에는 다시 한번 조국을 위해 몸바쳐 애국 헌신하신 그분들을 한번 생각하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쌀쌀한 24년 2월의 겨울날 어느 광인의 외침이 떠오르는 금요일 저녁이다.

 
 김상우 <국가보훈부 국립임실호국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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