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대폭 정원 확대는 어떨까?
국회의원의 대폭 정원 확대는 어떨까?
  • 이성순 법무사
  • 승인 2024.02.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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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순 법무사
이성순 법무사

 터부(TABOO)란 원래 원시사회에서 신성하거나 속된 것, 또는 깨끗하거나 부정하다고 인정된 장소나 사물 등에 관하여 함부로 접촉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금하거나 꺼리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는 과거부터 수많은 터부가 존재해왔고 현재의 터부는 과거의 터부에 더하여 표현을 금기시하는 지경에 까지 진화가 이루어져 왔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비판, 농어민에 대한 비판, 소방관에 대한 비판, 장애인 단체나 환경운동에 대해 비판이라도 할라치면 마치 터부를 범한 듯한 제재를 당하거나 대단히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낙인을 찍는 문화가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터부가 있음에도 그 터부가 막상 나의 이익이나 의견과 상치되는 경우에는 그 터부는 칼이 되어 내게 되돌아온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국회의원 정원을 늘리자는 의견을 제시하면 온갖 여론이나 단체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하는 터부가 존재해왔다. 이 역시 우리 사회에 넓게 퍼진 터부 혹은 역 터부의 일종이라 생각한다.

 우리에 있어 국회의원은 어떤 모습으로 받아들여질까? 특권, 부패, 무소불위, 표리부동 등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일반인에 비하여 거액의 歲費(세비)를 받는 데 대한 반감일 것이다. 세비란 말 역시 일반인의 급여(給與)에 비하면 특권화한 단어가 아닐까?

 올해 국회의원 1인당 세비는 1억5천700만원으로 일반 급여생활자에 비하면 엄청난 금액이고 이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수령하는 급여일뿐이고 보좌관 9명의 인건비, 각종 수당 등을 합하면 연간 약 35억여 원에 달하고 국회의원 300명의 정원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세수의 지출을 초래한다. 실상이 이럴진대 국회의원의 정원을 늘리자는데 좋아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히 국회의원의 정수를 대폭 늘리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헌법상 국회의원의 정수는 200인 이상이면 되므로 개헌도 필요 없다. 우선 당장 대폭 늘리는 것이 무리라고 한다면 우선 500명부터 시작하여 최대 3,000명까지 증원을 하는 것은 어떨까? 다만, 의원 정수는 10배로 늘리되 의원 유지비는 총액제로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1인당 연간 유지비는 3억5천만 원으로 줄어들 것이다. 보좌관은 1∼2인으로 줄어들 것이고 각종 수당 등 특혜항목의 세비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만큼 국회의원 개개인은 발로 뛰고 줄어든 보좌관의 수만큼 스스로 정책연구를 할 것이다. 서구 선진국에서 보이는 유모차 끌고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고급 승용차에 운전사, 문 열어주는 수행비서의 모습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한 특권이 사라지다 보면 특권과 이권을 쫓아 국회의원을 하려는 사람이 확연히 줄어들 것이고, 말 그대로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자각을 한 사람들만이 국회에 입성하지 않을까?

 의원정수를 늘리는 경우 우리 국민에게는 어떠한 이점이 있을까? 일단 국회의원의 정원확대로 그들의 희소성이 사라지고 누구든지 국회의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게 나의 어려움을 쉽게 설명하고, 국정에 대한 조언도 훨씬 간편하게 설명할 수 있다.

 우리 전주시의 예를 들어보자. 현재 국회의원 3명인데 30명쯤으로 늘어난다고 생각해보자. 현재의 시의원만큼이나 접근이 쉬워지고, 동네 골목의 선술집이나 지인의 상가에서도 쉽사리 만나 국정이건 민생이건 토로할 기회가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그들의 특권이나 선민의식도 사라질 것이다.

 임기 내내 여의도 인근에서 머물다 선거철 2개월 동안 잠깐 지역구에 내려와 어깨띠 두르고, 홍보문자 돌리고, 네거리에서 고개 몇 번 숙이다 당선되면 다시 여의도를 배회하는 현재의 국회의원보다는 훨씬 친 시민적이고 민심을 좀 더 반영하는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의원 숫자가 늘어 정기국회 등의 회의 진행 등에 관한 문제는 화상회의 개최 등 IT산업의 발전으로 더 이상 커다란 문제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국회의원과 지방의원과의 통폐합이나 혹은 국정과 도·시정의 교차 업무 수행도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다.

 최근 의대 정원확대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현재의 의료계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의사 수의 절대 부족과 희소성이 가장 큰 문제점일 것이다. 의사도 자영업이라 할 수 있을 터인데 어느 자영업자가 고객을 30분 대기, 3분 진료방식으로 영업할까? 마치 식당에 비견하자면 30분 대기에 단무지 한쪽 던져주는 꼴 아니겠는가? 로스쿨 제도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일단, 변호사의 희소성이 떨어지니 하늘 높던 수임료가 내려가고 변호사를 접하기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인구 17만 명당 국회의원이 1명이고, 우리보다 의원 1인당 인구수가 많은 나라는 미국, 멕시코, 일본에 불과하고 유럽 대부분 국가 및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나라는 인구 3∼4만 명당 국회의원 1명이다.

 그러함에도 우리나라는 ‘의원정수 확대’라는 터부와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유지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터부 아닌 터부가 존재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의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정원을 줄이자는 말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이는 터부를 빌미 삼아 정치권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해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의원정수의 대폭 확대라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성순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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