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비빔밥의 철학 담은 한식 이야기…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지은 케어(조지은) 교수 인터뷰
전주 비빔밥의 철학 담은 한식 이야기…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지은 케어(조지은) 교수 인터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4.02.25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지은 케어(조지은) 교수

한류 바람타고 다큐멘터리 본고장 영국서 제작

세계 속에 불고 있는 한류, 그 중에서도 한국 음식을 알리는 일에 음식의 고장 전주가 지닌 특별한 레시피가 중심이 될 전망이어서 관심을 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Jieun Kiaer(조지은) 교수가 한국 음식문화의 중심지인 전북 전주 등을 배경으로 한 8부작 한식 다큐멘터리 제작 준비 중인 가운데 그 파급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한류 바람타고 다큐멘터리 본고장 영국에서 제작되는 이번 시리즈물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 어느 문화권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따뜻한 인사, “밥먹었니?”가 당신의 마음을 파고들 참이다.

 지난 22일 줌을 통해 본보와 인터뷰한 지은 케어 교수는 현재 영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 바람과 한식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들려주었다.

 과거에는 영국 런던의 중심가에 중국, 일본음식점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한국식당이 많아졌고 성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주재원이나 한국사람들이 가는 식당이었다면, 근래에는 주요 고객들이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한류로 인한 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특히 옥스퍼드대 10주 과정으로 처음 개설된 ‘한류 아카데미’에는 100여 명이 넘게 등록, 수강 인원이 금세 차버리는 등 한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에서 출발한 한류가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음식 장면 덕분에 한식으로 확대되고, 한국어 공부 열풍까지 불러일으키는 등 최근에는 문화에서 언어로 가는 추세다.

 지은 케어 교수는 옥스퍼드의 한국학 책임자다. 유럽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한국 문화 전문가로, 그는 옥스퍼드 영어사전 한국어 컨설턴트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이 사전에는 1976년부터 ‘김치’(kimchi)·‘막걸리’(makgeolli) 단어가 등재되기 시작했는데 2021년에는 26개의 단어가 한꺼번에 등재되었다. ‘한류’(hallyu), ‘치맥’(chimaek), ‘먹방’(mukbang)은 물론, 한국어 호칭인 ‘언니’(unni), ‘오빠’(oppa) 등 다양한 단어가 등재되고 있는 점에서도 한류의 붐을 느낄 수 있다. 올해는 ‘떡볶이(tteokbokki)’가 등재될 예정인데, 이처럼 음식관련 단어가 상당수다. 세계인의 입에서 떡이 ‘rice cake’가 아닌 당당히 ‘tteok’으로 불리며 쫀득쫀득한 식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될 날이 머지 않았다.

 지은 케어 교수는 “이렇게 많은 한국어 단어가 영어단어로 채택돼 어휘를 혁신하는 일이야 말로 더이상 영미권 영어에만 국한되지 않고 역동적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다”면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면 평생 그 단어가 없어지지 않을 뿐더러 독일어와 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로의 전파력도 상당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3년 째 영국에 거주하면서 한국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그의 레이더망에 ‘전주 음식’이 들어온 것은 호재다. 과거에도 음식 다큐멘터리는 있었지만, 영어로 된 한식 다큐는 많지 않다. 또한 한류를 타고 전주 비빔밥의 철학을 중심으로 펼쳐낼 한식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담아낼 다큐는 한식 세계화에도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은 케어 교수는 “지난해 비빔밥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음식으로 등극한 것은 한식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다”면서 “비빔밥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전주와 전북은 한국 미식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다큐멘터리의 완벽한 배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빔밥은 여러가지 식재료를 섞어 내지만 각각 본연의 재료 맛을 잃지 않은채 조화롭게 하모니를 이룬 융화된 음식이라는 점에서 그 철학이 상당하다”며 “비빔밥은 만드는 사람 각자가 변화시킬 수도 있고, 충분이 오픈되어 있는 음식이란는 점에서 다문화, 다언어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현대사회에 던져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주 한옥마을과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앵글에 담아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출발하는 다큐멘터리의 여정은 한옥마을 빙허각 카페에서 ‘정조지’를 바탕으로 과거 레시피를 복원 중인 재야 고수를 만나고, 경북 안동, 경기 수원, 제주도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각 45분 분량의 8개의 에피소드 중 메인 스팟은 단연코 전주다. 지은 케어 교수는 4월 중에 전주를 방문해 마지막 현지조사를 마치고 올해 안으로 촬영팀과 함께 입국해 제작에 돌입한다. 완성된 다큐멘터리는 넷플릭스 등 OTT플랫폼에서 방송돼 세계의 대중과 소통하고, 다큐멘터리 개봉에 맞춰 영국에서는 한식 전시회도 펼쳐보일 예정이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