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
‘늘봄학교’,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
  • 천호성 전주교육대학교 교수/전북미래교육연구 소장
  • 승인 2024.02.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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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성 전주교대 교수<br>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지난 2월 5일 교육부는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였다. 교육부가 말하는 늘봄학교란 학교 안팎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하여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돌봄(Educare)서비스로서, 방과후 프로그램(교과 연계, 특기 적성 교육 등)과 돌봄(휴식, 놀이, 간식 등)을 통합하여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 당국은 이를 통해 학부모의 돌봄 우려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에 대해 교직원단체는 △돌봄 인력 미확보와 이로 인한 돌봄 업무 학교 전가 △학교 내 돌봄 공간 확보의 어려움 △정부는 생색만 내고 모든 책임을 학교에 전가하는 불합리 △교육 예산이 돌봄에 사용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늘봄학교 전면 시행에 부정적이다. 아무리 교육부에서 교원 업무 분리 계획을 발표해도 현장 반응이 싸늘한 이유는 그동안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운영 등에서 교육부가 제시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정부의 늘봄학교 확대 결정을 지켜보면서 지난 2022년 만 5살 초등학교 입학 논란이 떠올랐다. 두 정책 모두 학령기 아동과 관련이 있고, 교사단체를 중심으로 한 현장의 반대와 이를 무시하는 교육 당국의 태도 면에서 닮은꼴이다. 결국 만 5살 초등학교 입학은 논란 끝에 무산되었지만 늘봄학교는 내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학교 현장의 반발을 무시하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 늘봄학교 정책은 저출생이나 보육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것은 부모가 자녀를 직접 돌보는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에서는 자녀 돌봄에 따른 경력단절이나 퇴직 강요 등 유?무형의 불이익이 많은 상황이다 보니 돌봄의 수요가 너무나 큰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학교에 모두 아이들을 맡김으로써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에게 노동을 줄여주거나 고용불안을 해결해 주는 등 다양한 조처가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이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보육의 문제까지 학교에 모든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학교는 보육보다 교육에 더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 안에 집중된 사회적 돌봄 기능을 지역사회로 분산시켜, 마을 돌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지자체 이관 및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교육과 복지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해외의 방과후 돌봄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육권 보호조치를 시행하고 있고, 네덜란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한 보육기관에서 방과후 돌봄을 시행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담하고, 호주도 돌봄센터 또는 전문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 서울 구로구나 노원구, 대전 서구, 경기 시흥 등이 지역의 도서관, 체육관과 같은 주민커뮤니티 시설을 활용하여 방과후교실,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서울시 중구청에서는 2020년부터 직접 구청의 예산을 들여 학교 안에 돌봄 공간을 조성(교실당 약 2억 3천만원)해서 교육프로그램과 돌봄 전담 인력 운영 일체를 책임졌다.

이런 적극 행정에 돌봄교실에 보내는 자녀를 둔 학부모 약 99%가 만족한다고 답하는 등 지역 학부모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정규 교육 바깥에서 아동, 청소년 활동에 대해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주민 복지 서비스를 위해 지속적으로 돌봄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필요한 돌봄, 가장 이상적인 돌봄의 형태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노동, 학교에 없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사각지대가 없는 돌봄 시스템 확보 등”이다. 아이들과 학부모가 행복하고, 돌봄 종사자가 만족할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야말로 모두가 만족하는 돌봄 정책이 될 것이다.

우선 돌봄이 보육의 영역이 큰 만큼 지자체가 운영하고, 교육프로그램의 안정적 운영이나 공간을 교육청이 협조하면서 100% 돌봄을 시행해나가야 한다. 낳는 것은 부모가 하지만 기르는 것은 국가사회가 책임진다는 원칙하에 중·장기적인 관점의 돌봄 철학을 바로 세우기 위한 협의체를 꾸준히 유지해나가며 문제점을 해결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국가적인 주요 정책에서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는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가 지역 안에 있고 지역은 학교를 감싸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 학교 노동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감, 자치단체장은 지역과 학교의 미래를 놓고 협력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정책 전면 개시의 모든 기준이 아이들의 올바른 교육과 성장에 중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교육 당국은 늘봄학교 시행에 있어서 학부모의 ‘수요와 요구’도 중요하지만 ‘학교 현장의 수용과 준비’가 동반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천호성<전주교육대학교 교수/전북미래교육연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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