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정치
시인과 정치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4.02.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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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숙 시인

 2012년 어느 날, 신경림 시인과 통화 중에 “도종환 시인이 국회의원이 됐답니다.”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몇 마디 말을 나눈 적이 있다. 같이 시를 쓰는 시인으로 살짝 배신감 같은 의미를 담았는데, 뜻밖의 말이 돌아왔다. “시인이 시처럼 정치하면 태평성대 아닌가. 옛적 과거시험은 시를 잘 짓는 사람을 뽑아 정치했어.”라며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가볍게 넘겼다.

 시인과 정치에 대한 ‘가십거리’가 가끔 언론을 탄다. 시인 양성우는 유신 정권 때인 1975년 정권을 비판하는 「겨울 공화국」이라는 시를 발표했다가 교직에서 파면되고,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감 되기도 했으나,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최근에는 고민정 의원이 재산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남편 조기영 시인이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기 전, “돈이나 권력이 아닌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어 주세요. (…) 상식이 통하는 세상” 등 신선한 감성의 언어를 앞세워 여의도 정치판에 입성했다. 우리 문학사에서 현실 체제에 저항한 문인들의 사례는 많고, 정치에 끼친 영향 또한 크다.

 시인은 아니지만, 쿠바 혁명의 대명사로 알려진 체 게바라가 사망했을 때, 배낭 안에서 시집이 나온 것도 유명하다. 피비린내 나는 혁명의 현장을 시와 함께했다니 정말 낭만적이다.

 시인이 문학과 예술에 대해 성숙한 기량을 가지려면 많은 습작과 단련이 필요하듯, 훌륭한 정치인 또한 소신과 신념을 지키며 현실적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 시인이자 정치인인 도종환 시인도 마찬가지다.

  시인으로서 출발한 그가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은 문단에서 다져진 그의 탄탄한 실력과 경험이 현실 세계에선 부드럽지만 강한 정치력이으로 발현돼 시인의 감성을 지닌 정치인의 매력을 뿜어냈다.

  마치 그의 시 담쟁이처럼, 절망의 벽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말없이 서두르지 않고 기어이 여럿이 손잡고 그 벽을 넘는 정치력을 88서울올림픽 때의 고 이어령 장관과 같이 문체부장관 시절 평창동계올림픽 성사로 입증한 바 있다.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이 소식을 들은 신경림 시인의 반응은, 도종환 시인의 첫 국회 입성 때보다 더 인자했다.

 “냅둬. 콜롬비아에서는 시인 출신이 정치를 하니 마약이 반으로 줄었다잖어.”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IT 강국이 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K-문화콘텐츠 수출액이 133억 달러를 돌파해 이차전지나 가전 수출액을 훌쩍 넘어섰다고 한다. 문화콘텐츠는 시인이 많은 문화 환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시인의 심성을 지닌 정치가 그립다.

  이제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언어가 넘쳐나는 그런 국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의 손을 잡는 “겸손한 정치, 따뜻한 정치”가 그립다. 그럴 때 갈등과 분열을 녹여내는 평화로운 나라가 되지 않을까.

 
강민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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