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중의 북트렌드] <81> 예술과 일상에서 삶을 다시 찾다
[조석중의 북트렌드] <81> 예술과 일상에서 삶을 다시 찾다
  • 조석중 독서경영 전문가
  • 승인 2024.02.20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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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지만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잘 갖춰진 글의 구조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뉴요커 잡지의 편집자로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작가에게 20대의 어린 나이로 암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형의 죽음은 엄청난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이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로 10년간 일하며 예술과 인간관계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섬세한 관찰력과 유머 감각으로 함께 일하는 미술관 내 사람들의 모습, 환경, 공간 그리고 작품을 통해서 삶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세계적으로도 방대한 규모와 예술 작품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이 공간에서 300만 점의 작품을 지키는 삶을 통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후의 상실감을 극복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이 주는 상실감은 처음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자체로 안식처, 힘의 원천, 사랑과 보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얼마전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했던 무한한 사랑과 기억이 순간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공허한 느낌을 경험했다.

긍정과 즐거웠던 굿 뉴스를 나누는 웃음소리도 무의미해졌고, 아버지의 사진을 볼 때마다 더 이상 곁에 없다는 현실에 마음이 무너졌다. 이런 감정은 눈물로 표현되기도 했고, 가끔 마음속 깊은 고독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예술가들의 혼이 담긴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과 교감하기 시작했다. 또한 경비원의 동료들은 비슷한 이력을 가진 뉴요커와는 달랐다. 암살 위협을 겪고 미국으로 망명한 이민자 출신 동료, 문학가로서 등단을 꿈꾸는 동료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관객으로서 알지 못했던 작품들의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삶의 이야기들이 있다. 작품을 감상하고 교감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잘 들여다보면, 평범함 속에 신비로움도 있고 화려함도 있다. 그것이 곧 삶의 의미일 것이다.

경비원으로 일하며, 화려하던 생활을 잠시 접고, 익숙했던 시간은 멈추었지만, 위대한 걸작과 보낸 미술관에서의 10년이 저자에게는 다시 세상으로 나올 힘이 되었다.

많은 것들을 바라보지만, 교감하지 못하고 많은 소리를 듣지만, 고요한 시간은 없는 요즘의 현대인들에게 저자에게 인생에서 겪은 상실, 그리고 변화 속에서 자기 발견의 여정을 세심히 그려낸 책이어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원작의 맥락과 저자의 의도를 깊이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조현주, 김희정 번역가의 섬세하고 정확한 번역, 명확하고 간결한 문체가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글=조석중(독서경영 전문가)

 소개도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입니다》 (패트릭 브링지 지음 / 웅진 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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