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素月)의 ‘산유화’와 ‘애환가’
소월(素月)의 ‘산유화’와 ‘애환가’
  • 김동수 시인/전라정신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24.02.20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수 시인 / 전라정신연구원장<br>
김동수 시인 / 전라정신연구원장

김소월(金素月)은 한국을 대표하는 향토적 서정 시인이다. 그가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한민족 고유의 정서를 전통적 민요조의 리듬에 잘 살려 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소월(素月:흰 달)의 본명은 김정식이다. 1902년 평안북도에서 출생하여 오산학교 중학부를 거쳐 배재고보를 졸업하고 도쿄상대에 입학하였으나?1923년 관동대진재(關東大震災)로 중퇴하고 귀국하였다. 오산학교 재학시절 은사였던 안서 김억의 지도와 영향 아래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20년에 「낭인의 봄」, 「그리워」 등을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하였다. 이후 「먼 후일」,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등의 작품을 『개벽』지에 발표하였고, 1924년에는 『영대(靈臺)』에 인간과 자연을 같은 차원으로 보는 동양적 사상이 깃들인 「산유화(山有花)」를 발표하여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소월의 이 「산유화(山有花)」란 시의 제목과 주요 리듬, 곧 시적 발상의 모티프가 우리나라의 상고사인 <단군세기>에 나온 「애환가(愛桓歌)」에서도 그대로 나오고 있어 소월 시 ‘산유화(山有花)’의 창작 배경과 이 「애환가」와의 상관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산유화(山有花)’를 꽃 이름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산유화’란 꽃 이름은 없다. ‘산유화(山有花)’는 글자 그대로 ‘산에 꽃이 있다(山有花)’는 단순한 의미일 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처럼 단순한 ‘산유화(山有花)’란 문구가 <단군세기>에도 있다. 고조선 시대 임금이 추대될 때,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애환가」를 불렀는데 그 노래에 소월의 시 ‘「산유화(山有花)」’와 같은 구절, 곧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란 반복된 구절이 아래와 같이 이미 실려 있었다.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有花 ?有花 )

…생략…봄이 찾아와 불함(백두)산 꽃이 온통 붉으니 (春來不咸花萬紅有)

천신님 섬기고 태평세월 즐겨 보세 (事天神太平)

- 「애환가(愛桓伽)」에서, 『환단고기(桓檀古記)-단군세기(檀君世記)』

위와 같이 단군 시대 「애환가」에 실려 있는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有花 ?有花)’란 시구(詩句)가 소월의 ‘산유화(?有花)’에서도 그대로 시의 제목과 주요 리듬으로 불리워지고 있어 그 창작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에는 꽃 피네/꽃이 피네/갈 봄 여름 없이/꽃이 피네

산에/산에/피는 꽃은/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 김소월 「산유화(山有花)」에서, 1924년

‘산유화(山有花)’는 산에서 피고 지는 모든 꽃을 의미한다. 하지만 소월의 작품에서의 ‘산유화’는 꽃이 피고 지는 일상적 자연 현상에서 생성과 소멸이라는 무한 자연의 준엄한 이법(理法)을 1연의 ‘꽃 피네 / 꽃이 피네’와 4연의 ‘꽃 지네~ 꽃이 지네’라는 수미쌍관의 구조 속에서 반복적 율조로 읊어 시적 분위기를 한껏 고양시켜 주고 있다.

평론가 조연현은 “그가 남긴 작품의 전통적 가치를 고려해 볼 때, 1920년대에 있어서 천재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인이었다”라고 평하였다. 그러나 소월의 「산유화(山有花)」란 시의 제목과 <단군세기> 「애환가」에 실려 있는 ‘산유화(山有花) 산유화(山有花)’란 시구가 일치하고 있어, 그게 우연한 일인지 아니면 소월이 「애환가」에서 「산유화」의 시적 발상과 모티브를 차용한 것인지 끝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국문학계의 숙제가 아닌가 한다.

김동수<시인/전라정신연구원 이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