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초대시]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 도종환 시인
  • 승인 2024.02.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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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

 도종환 <시인>  

*1955. 9. 27. 충청북도 청주 더불어민주당(충북 청주시흥덕구)국회의원. 충남대학교 대학원문학 박사.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 ‘고두미마을에서’ 등단. 2017년 법률소비자연맹 국회의원 헌정대상. 법률소비자연맹 국회의원 헌정대상.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국정감사 우수의원.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 제5회 국회를 빛낸 바른언어상 상임위 모범상. 제1회 신석정문학상. 제20회 공초문학상. 제13회 백석문학상. 제5회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제5회 2020.11~ 민주주의4.0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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