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동충하초를 찾아라
‘진짜’ 동충하초를 찾아라
  • 남성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 승인 2024.02.15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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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설날, 모처럼 친지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도 먹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친지 중 한 사람이 떡국 위에 올라간 버섯 고명을 화제에 올리자 대화는 자연스럽게 몸에 좋은 버섯으로 옮겨가 동충하초까지 이어졌다.

아무래도 필자가 관련 연구를 하다 보니 더욱 관심이 생겼나 보다. 친지들은 동충하초가 어떤 효능이 있는지, 식물에 속하는지 동물에 속하는지 필자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학위를 받을 때 동충하초에 푹 빠져 있었는데, 모처럼 전공에 관해 물어주니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 열심히 답을 해주었다.

동충하초는 곰팡이의 일종으로 귀한 약용버섯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곰팡이를 인간에게 불필요한 제거 대상으로 여기지만 알고 보면 우리 일상에 유익한 곰팡이도 매우 많다. 동충하초는 좋은 곰팡이 쪽에 속하는 셈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뉴스 보니 동충하초에서 수은이 나왔다는데, 먹어도 되겠어? 안 되지.”라는 한 분의 말씀에 깜짝 놀라 기사를 찾아보았다. 자세히 읽어 보니 중국의 몇몇 업체에서 동충하초의 무게를 늘리기 위해 수은을 주입한 후 시장에 유통해 한때 중국이 시끌시끌했다고 한다.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나네요.” 하며 오래전에 있었던 동충하초 관련 사건을 친지들에게 들려주었다.

때는 20여 년 전. 동충하초 연구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동충하초는 고대 중국에서부터 유래했으며, 진시황, 덩샤오핑 등이 찾아 먹는 귀한 약재로 불로장생의 묘약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접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전후 농촌진흥청에서 동충하초 인공재배 기술을 개발하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항암, 면역력 향상, 피로 해소 등 효과가 입증되면서 한국산 동충하초는 국내에 빠르게 보급되고 산업화에 이르게 되었다. 그 무렵 약재 시장에서는 인공재배로 키운 동충하초보다 자연에서 채취한 중국산 동충하초가 효능이 좋다며 고가로 유통되고 있었다.

이때, 업무상 민원이 접수되었다. 암 투병 등으로 건강을 잃고 회복을 위해 방법을 찾던 몇몇 사람들이 중국산 고가 동충하초를 구매했는데 정말로 효능이 있는 것인지 밝혀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동충하초에도 위조품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민원인들이 두고 간 동충하초를 실험실에서 밤낮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먼저 곤충의 표면을 세척하고 절단해 단면을 통해 내부 구조물을 분석했다. 원래 동충하초는 하부는 곤충의 몸으로, 상부는 버섯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민원인들이 두고 간 시료들은 어찌 된 일인지 일반적 형태나 분류학적 특성이 관찰되지 않았고, 내부에 있어야 할 균체 등 구성물도 명료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동충하초를 손으로 눌렀을 때 날카로운 무언가가 만져졌다. 해부해 보니 철사처럼 생겼는데, 아마도 곤충과 버섯을 잇기 위해 사용된 철심 같았다.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이 이와 같은 위조품을 비싼 값을 치르고 복용하고 있다니, 끝까지 밝혀내 위조품의 뿌리를 뽑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줄 기관을 찾았고 고심 끝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방문하게 됐다.

국과수를 방문했던 당시에는 동충하초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때라 국과수 관계자들은 몇 가지 버섯류를 들고 찾아온 필자를 매우 당황해 하며 맞이해주셨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니 당시 국과수 과장님과 연구원들도 놀라며 “한 번 해봅시다”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주셨고, 일사천리로 분석에 들어갔다.

며칠이 지나 국과수에서 전화가 왔다. 분석 시료에는 버섯류에서 나오는 주요한 성분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곤충과 버섯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모형물이었고 심지어 이를 연결하기 위해 철심뿐만 아니라 접착제인 본드 성분까지 검출되었다고 했다. 결국, 민원인들이 가져온 동충하초는 위조품으로 판정이 났다.

분석 결과는 즉시 언론에 보도되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유통시장 단속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국내에서는 동충하초 위조품이 자취를 감췄다.

지금 돌이켜 보면 작은 버섯 몇 개를 들고 국과수를 찾아간 웃지 못할 이야기이자, 2개 기관이 협력해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보람찬 협업이 아니었을까 싶다.

국내에서 인공재배되는 동충하초는 무균상태에서 배양된다. 그렇지 않으면 오염되어 제대로 생산할 수도 없다. 또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가격도 안정적이며, 생산하자마자 바로바로 판매해 유통과정이 짧으니 신선하고 맛까지 우수하다. 이렇게 품질 좋은 국내산 동충하초를 두고 입증되지 않은 동충하초를 굳이 찾아서 먹을 필요가 있을까.

국과수에 버섯을 들고 간 게 20년 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은 동충하초라니! 입증되지 않은 위해 식품으로 진짜 동충하초까지 억울한 누명을 써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먹는 것은 우리의 건강,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위해 식품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규제가 필요하다.

남성희<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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