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부자순이 아니다
행복은 부자순이 아니다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2.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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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1년 동안 이루었으면 하면 소원을 빈다. 그중에서 단연 1위가 ‘새해에는 돈을 많이 벌게 해주세요.’다. 예전에는 자신의 꿈이나 명예, 가치관에 따라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였다. 현재는 자신의 꿈이나 명예, 가치관에 따라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기보다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돈을 벌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사람들이 넘쳐 난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듯 최근 어느 가수가 <1조>라는 제목으로 음원을 발표하였다. 어린 시절 꿈에 등장한 ‘1조 원 동전’을 모티브로 탄생한 곡으로 힘들이지 않고 단번에 많은 재물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을 잡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다. 우리가 일하고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돈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갖게 해준다. 돈이 많으면 사고 싶은 것 마음껏 살 수 있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자선도 베풀 수 있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사람들은 그것에서 행복을 느끼므로 돈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준다.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연구한 학자는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A. Easterlin) 교수다. ‘행복경제학’이라는 개념을 탄생시킨 그는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른 다음에는 더 이상 행복이 커지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로 학계를 뒤흔들었다. 1974년 발표와 동시에 경제학의 방향을 바꾼 그의 이론은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된다. 그는 “소득이 낮은 경우에는 소득이 늘면 행복도 증가하고 한 국가 내에서도 소득이 낮은 과거보다 현재가 행복이 더 높았지만, 연소득이 7만 5천 달러를 초과하면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소득이 임계치에 이르면 내가 다른 사람보다 돈을 더 많이 받을 때만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소득이 증가하면 모두가 더 풍족해지는 것은 맞지만, 평균적으로 아무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모순을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쿠마르 센(Amartya Kumar Sen)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철학과 교수도 “경제학 발전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센 교수는 “행복(well-being)을 소득, 재산, 효용, 자유, 기초재, 능력(capability) 등의 차원으로? 확장하고 특히 ‘능력의 차이’를 강조”했다. 능력이란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목표들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기능을 말한다. 따라서 빈곤은 생존하고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여러 기능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국가의 역할은 개인의 능력을 키워주고 개인의 후생이나 교육, 복지를 확대하여 빈곤을 퇴치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가 2023년 3월 20일 ‘국제 행복의 날’을 맞아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23>는 행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서 (1)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 (2) 소득(income : 1인당 국내총생산), (3) 건강(health : 기대수명), (4) 자유(freedom), (5) 사회적 관용(generosity), (6) 부정부패 여부(absence of corruption)의 6가지 핵심요소를 사용해 행복 수준의 차이를 분석하였다. 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GDP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5천 달러에 이르지만 행복지수가 세계 137개 나라 가운데 57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우리 국민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한 이유는 잘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높은 목표와 성공을 위한 욕구가 강하고, 과도한 경쟁과 재물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문제 중심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젊은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자녀를 낳지 않아 출생률은 세계 최하위로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A. Easterlin) 교수는 2022년에 발간한 <지적 행복론>에서 부자가 되어야만 행복해진다는 편견을 버린다면 행복으로 향하는 문이 활짝 열린다고 말한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가정생활과 건강을 희생시키는 것은 어리석고 불행한 일이다.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개인은 건강과 가정생활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국가는 복지 정책을 펼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총력을 가해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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