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 하두자 시인
물소리 따라
길을 걷는다
마른 울음 삼키며
휘어진 등뼈를
곧추세운다
첨벙!
너는 물수제비 뜨는
호수다
<해설>
무게는 길이의 길고 짧음에 있지 않습니다. 길게 늘어뜨린다고 해도 그 값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짧아도 심오한 무게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 많지만 특히 시는 더욱 그렇습니다.
고은 시인의 “그 꽃”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단 3행의 짧은 시지만, 우리가 얼마나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노희석 시인 역시 “바람” 이란 시에서 “나도/ 지나가는 사람입니다/.”라고 아주 짧게 시를 끝맺지만 이 짧은 2행의 시 속에서 사람과 바람이 ‘지나간다는’ 속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든 매사를 어떤 사람은 바람같이 그냥 흘려보내 버리는 이가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천천히 가면서 손가락질을 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삶의 형태든지 큰 틀에서 보면 바람처럼 지나간다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인의 눈은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어야 하고, 보여도 보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귀도 마찬가지로 들리지 않아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들려도 들었다고 그것을 옮기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 시인은 어느 날 호수를 산책하다 호수 위에 비친 “낮달”을 보게 됩니다. 그 순간 어릴 적 냇가에서 물수제비뜨며 놀던 시절을 떠올립니다. 첨벙 뛰어든 물수제비가 등을 세우고 물 위를 비행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됩니다. 낮달도 눈여겨보지 않으면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데, 시인은 낮달을 보며 물수제비로 착안하여 놀랍게도 시를 빚어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설 명절을 잘 보내 셨는지요. 이 번 설에 낮달 같은 돌 하나 집어들고 물수제비라도 기분좋게 떠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무쪼록 올 한해도 몸과 마음이 평화롭기를 기원드립니다.
강민숙 <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