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양성평등의 길
전북특별자치도 양성평등의 길
  • 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 승인 2024.02.04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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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며칠 전, 전북여성가족재단에서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기념하여 “새로운 전북, 특별한 기회! 양성평등에서 답을 찾다!”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전북특별자치도가 가야 할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양성평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전북보다 먼저 특별자치도가 된 제주의 사례발표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성평등 전담 조직’이 설치된 것에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지역 언론에서 제주형 양성평등 강화정책이 시급하다고 포문을 열었고, 도의회에서 응답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점차 고조되어 가는 성평등 백래시(backlash) 분위기에서 오히려 전담 조직과 기능을 확대시켰다.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성평등여성정책관이라는 직책을 4급 상당 공모직으로 두었고 실·국장이 참석하는 간부회의에 동석하도록 했다. 각 실·국에도 양성평등담당관을 두어 정책에 있어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가 잘 반영되고 있는지를 체크하게 했다. 이 모든 것의 함의는 양성평등이 마지 못해 내건 의제가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의 여러 정책에 세세히 스며들도록 했다는 점이다.

한반도 남단의 섬 제주가 8개 중앙부처의 양성평등담당관을 신설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것은 2019년 대통령 업무보고 시 우수 사례로 소개되었다. 또한 타 지자체 성평등 추진체계를 만드는 선도적 모델로서 부산, 강원, 대전, 충북 등에서 벤치마킹이 이루어지고 있다.

제주에서는 양성평등이 관념으로 이해되지 않고 일상에서 살아 숨 쉬는 생물처럼 보였다. 당연히 성평등지수도 상위권에 랭크 되어 있다. 전담 조직 하나가 미치는 파급력의 효과가 그만큼 큰 것이다.

전북여성가족재단은 평등사회로 가기 위한 도구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공표되고 예산이 줄고 “그래서 이제 여성정책은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모두가 의구심을 갖고 있을 때 전북은 통합재단을 출범시켰다. 민선 8기의 큰 성과고 전북 여성의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이다.

이제, “특별자치도가 되어 전북이 어떻게 달라질 건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제주가 시도해서 멋지게 꾸려가고 있는 양성평등 전담 조직이 나왔으면 싶다.

양성평등이 잘 구현된 사회일수록 출산율이 높고 가정의 행복지수도 높다. 그것은 이미 선진 여러 나라에서 검증된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세대를 가르고 남녀를 갈라서 사회 갈등의 불씨를 지폈지만, 대한민국이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이상 국제적 규범과 방향을 마냥 거스르기 어렵다. 그것은 정치지도자 몇 사람이 우겨서 될 일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7자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선거의 판도가 들썩거렸다. 당선 후, 여성가족부를 실제로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임명된 장관에게 그 사명을 부여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아직 건재해 있고 정권은 레임덕을 향해 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은 거대 담론에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익숙해져서 평등사회가 구현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디테일에 들어가서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성주류화’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 예산을 편성하고 시행하는 것, 성별 통계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 등 모든 사안의 결정에 있어서 성평등 관점을 투영하려는 노력이 의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한 성주류화의 고삐를 쥐고 강약과 방향을 제시하는 전담 조직을 통해서 새로운 전북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양성이 평등하다는 것은 어느 한 성(性)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가 함께 행복하고 함께 잘사는 사회로 가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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