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영과 함께 떠나는 생태 환경문학 기행(4) 브레이크만이 문제가 아니다
장창영과 함께 떠나는 생태 환경문학 기행(4) 브레이크만이 문제가 아니다
  • 장창영 시인
  • 승인 2024.02.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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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 중 자동차 브레이크 등이 꺼지지 않아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다음 날 부품을 갈아 끼우면서 브레이크 등은 꺼졌지만 이번엔 브레이크가 말썽이었다. 마침 가족들과 장거리 갔는데 시동이 걸리지도 않았고, 엑셀레이터를 밟아도 차가 나가지 않는 바람에 식은 땀을 흘렸다. 카센터 두 곳을 거친 이후에야 교체한 부품과 브레이크 사이에 간격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무시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말 작은 부품이었는데, 그 부품 하나 때문에 며칠 동안 마음 졸이고 가족들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했다는 생각이 드니 아찔했다. 문제의 원인을 알고 나니 그제야 비로소 이해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 만약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더라면 내내 마음을 쓰며 차를 운전해야 했을 것이다. 사소한 부품 하나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차가 다시 친근하게 다가왔다.

 사실 부품 하나 때문에 벌어진 참사는 의외로 많다. 미국의 유인우주선 챌린저호가 공중에서 폭발한 이유는 결합부 고무패킹(O링)의 저온 손상 때문이다. 탑승객 전원 사망으로 이어진 콩코드 여객기 공중 폭발 역시 활주로에 떨어진 작은 부품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때로는 우리가 무심히 보냈던 작은 일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흔히 대형 사고가 나기 전에는 작은 사고들이 그 징후를 보낸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걸 무시하고 끝끝내 버티다가 대형 사고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찍이 하인리히는 1:29:300의 비율로 큰 재해와 작은 재해, 소소한 사건의 발생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건강이 무너지는 것도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결과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이 징후를 무시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지구 온난화, 기상이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태풍과 허리케인 등은 우리 주변에서 늘 있어 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일회용품, 지하자원의 무분별한 채취, 대기오염, 해상오염 역시 다가올 위험을 경고하는 예고편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우리는 지금 당장 내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또는 나에게만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자연이 주는 경고를 무시하며 살고 있다. 사실 인간들은 이처럼 자연이 우리에게 준 수많은 경고를 무시한 이후 어떤 결과가 닥쳐올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말처럼 최근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재난 영화가 그 불행한 상상력의 끝이 어떨지를 알려준다.

 아직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론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다. 그걸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편함과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실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게 나와 당신, 그리고 우려였으면 좋겠다. 나만의 지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창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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