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정치학
패션의 정치학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 승인 2024.01.3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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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상대를 외모로 판단하지 마세요. 그렇지만 명심하세요. 당신은 외모로 판단될 것입니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 샤넬의 설립자 코코 샤넬은 외모의 역설에 대해 말했다. 타인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을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7초에 불과하다고 한다. 심지어 성인이 아닌 유아들도 예쁜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사회 실험 결과를 보면 그런 것 같다.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근사한 외모를 가지지 않은 대다수 사람들에겐 조금 슬픈 일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슬픈 이야기를 하자면 남녀관계에 있어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생활을 할 때도 외모가 좋은 사람이 연봉이 높다는 통계마저 있다.

서비스업 종사자는 늘상 고객을 상대하는 일을 하기에 외모에 신경을 쓴다.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외모를 가꾸는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피부 미용과 모발이식은 기본이고 옷차림도 신경을 쓴다. 지구최후의 날까지 수트(양복)을 입어야 하는 직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변호사일 것이다. 과거 ‘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던 회사원들도 점점 수트를 입지 않는다. 심지어 가장 보수적이라는 금융권에서도 캐주얼 바람이 분다. 하지만 여전히 법정에 출석하는 법조인은 복식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판사와 검사는 나름의 법복을 입고 변호사는 수트를 입는다.

아무래도 수트는 서양의 복식이기에 대한민국의 수트는 근본(?)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트는 영국왕실의 옷차림이라고 불리며 크게 각지고 남성성을 강조하는 영국식, 자연스러운 어깨라인과 디테일을 강조하는 이탈리아식, 자유분방함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미국식으로 나뉜다.

어찌 됐든 수트를 매일 입는 직업인으로서 나름 기본에 충실하고자 노력한다.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자켓과 ‘곱창’이 지지 않고 반듯하게 떨어지는 바지를 입고, 세탁과 다림질이 잘 된 하얀색 셔츠에 어두운 톤의 타이를 메고, 끈 달린 드레스업 구두를 신고 나면 적어도 옷차림에 있어서는 ‘프로’가 된 것 같다.

정치인들의 수트는 흥미롭다. 수트를 입지 않으면 ‘배 나온 동네 아저씨’인 그들이, 수트를 입으면 마법처럼 그럴싸해진다. 외국 정치인들은 수트를 근사하게 입는다. 오바마나 바이든은 프레피하면서도 정중한 느낌의 수트를 입고, 일본 전 총리였던 아베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 느낌의 수트를 입는다. 마크롱은 항상 ‘프렌치 시크’한 짙은 네이비색 타이를 멘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가운데서도 멋쟁이는 많다. 장제원 의원은 라펠이 높고 넓은 말끔한 양복 자켓을 입는다. 스타일리시 하다는 평을 받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어떤가. 그가 착용했다는 스카프와 넥타이핀, 스ㅤㅇㅞㅅ셔츠는 실시간으로 품절된다. 반면 패션에 자신 없는 사람들은 ‘명품’에 기댄다. ‘로고 플레이’로 표현되는, 명품의 이름값에 기대는 것이다. 유행을 선도하거나 헤리티지로 이름 높은 디자이너들의 완성품은 안전(?)하다. 최근엔 ‘금수저’, ‘찐부자’ 느낌의 올드머니룩이 유행이란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그녀에게 재클린 케네디의 품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김건희씨가 받은 ‘디올백’의 창립자 크리스티앙 디올이 이 사건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하다. 아참, 코코 샤넬은 이런 말도 했다. “럭셔리의 반대는 빈곤함이 아니다. 천박함이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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