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살아야 농업이 산다
흙이 살아야 농업이 산다
  • 장상록 완주군농업기술센터 봉동·용진농업인상담소장
  • 승인 2024.01.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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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록 완주군농업기술센터
상록 완주군농업기술센터 봉동·용진농업인상담소장

귀농인이 상담을 요청하셨다. “심어 놓은 고추가 한쪽은 잘 됐는데 다른 쪽은 왠지 자라질 않네요. 비료도 그렇고 물도 똑같이 줬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검정 받아 보셨습니까?” 내 물음에 그 분은 비료사용처방서를 내미셨다.

2장의 처방서를 확인 한 나는 다시 물었다. “고추가 잘 자라지 않는 밭이 혹시 산 밑에 있나요?” 내가 가본 적도 없고 그분이 말씀하지 않았지만 토양검정 결과는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고추가 잘 자라지 않았던 밭의 토양산도(pH)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각을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모암은 화강암이나 화강편마암 계통이다. 한국 토양이 일반적으로 산성을 띄는 이유다. 거기에 양분을 보유하는 힘도 약해서 비료를 조금 많이 주면 과잉피해가 나타나고 조금 적으면 결핍장애가 나타난다. 하지만 pH 4~5 정도의 강산성 토양은 일반적이지 않다.

예외적으로 산흙에서 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농작물은 pH 6~6.5 정도의 중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 물론 예외도 있다. 블루베리가 대표적이다. 고추가 잘 자랄 수 없는 강산성 토양이 블루베리에게는 산도만 놓고 말한다면 최적의 조건이 된다.

적정 토양산도가 중요한 이유는 농작물이 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최적 상태를 형성해주기 때문이다. 비료를 제때 적당한 양을 공급해도 산도가 맞지 않으면 식물이 양분을 흡수할 수 없다.

또 하나, 토양에도 영양과잉에 의한 성인병이 있다. 시설재배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염류집적 문제다. 사람에게 음식에 대한 기호가 있듯이 식물도 그렇다. 같은 비료를 줘도 작물에 따라 흡수하는 양분이 다르다. 결국 흡수하지 않은 양분은 토양에 그대로 쌓이게 된다.

과잉은 부족함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토양 내 염류집적은 사람의 당뇨병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한다.

재배학 격언이다. “하농은 잡초를 기르고 중농은 작물을 재배하며 상농은 토양을 관리한다.” 토양이 준비되지 않은 농업은 사상누각이다. 토양에는 역사가 담겨있고 물과 공기가 자리하며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가고 있는 또 하나의 우주다.

암석에서 흙이 되기까지 보통 1천년에 1㎝가 만들어진다. 오랜 기다림과 축적으로 만들어진 토양은 그래서 쉽게 병들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망가진 토양의 복구는 그와 비례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농업이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미래산업이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은 올바른 토양관리에서 부터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토양검정에 따른 올바른 비료사용에 있다. 토양검정과 비료사용 처방서 발급은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하면 무료로 가능하다.

 

장상록 <완주군농업기술센터 봉동·용진농업인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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