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 이야기 <60> 삼오주를 빚어볼 만한 갑진년
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 이야기 <60> 삼오주를 빚어볼 만한 갑진년
  • 이강희 작가
  • 승인 2024.01.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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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이야기
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이야기

새로운 해를 맞이해서 독자분들에게 묻고 싶다. 올 한 해, 독자분들은 부(富, 돈)를 원하는가? 아니면 권(權, 명예와 권력)을 원하는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살아가면서 누구나 두 가지를 모두 가지려고 노력한다. 우리의 조상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염원을 이루려는 마음을 담아 술을 빚기도 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있어 술을 빚는 것은 단순하지 않았다. 저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여건이 다르기에 염원도 제각각 달랐지만 이를 기원하는 이의 간절한 마음은 계속 이어졌기에 이런 술빚기가 만들어져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 지위와 권력, 명예를 좇는 사람들을 위한 술빚기를 말해보려고 한다.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높은 지위를 얻어 명예와 권력을 누리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런 사람을 보고 속칭 ‘열심히 달린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래서일까?

12지신 중에서 가장 잘 달리는 게 말이다 보니 예전부터 승진이나 성공을 위해 매진하는 것을 두고 말(馬, 午)에 비유를 했다. 이런 의미에서 새해가 되었을 때 12지신인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중에서 말을 상징하는 오(午)일에 술을 빚어 한 해 동안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기원하였었다. 그 술이 바로 삼오주(三午酒)다. 말이 상징하던 것은 권력과 명예 출세, 권력 등이었다. 그것들이 주는 불리함보다는 이로움에 눈먼 사람들은 살아가는 세상에서 주변의 여러 상대보다 더 나은 지위를 원했다. 그렇다 보니 음양오행의 철학이 담긴 명리학에 기초하여 술을 빚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삼오주는 자신이 출세하는 염원을 실현시켜 줄 돌파구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유교 사회에서 입신양명(立身揚名)은 곧 자신의 이름을 높이는 것임과 동시에 효(孝)를 행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출세에 대한 욕구는 상당히 강했다.

삼오주는 결국 신분제 사회가 이어져 오던 우리 역사를 봤을 때 일반 백성이 아닌 사대부로 대표되는 지배층에서 빚어온 술이다.

삼오주는 일반적으로 설날 이후 첫 번째로 찾아오는 오(午)일에 술을 빚기 시작하여 세 번째 오(午)일까지 매번 오일에만 술을 빚었다. 이런 정성으로 빚은 술이 시간이 지나 익으면 주변사람들과 나누어 마셨다. 물론 지역마다 집안마다 삼오주를 만드는 방식이나 오(午)일의 기준을 정하는 게 조금씩의 차이가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새해 첫 오 일과 두 번째 오일, 세 번째 오일에 술을 빚었는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새해 첫 달의 첫 번째 오일과 두 번째 달의 첫 오일, 세 번째 달의 첫 오일에 술을 빚는 곳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첫 오일에는 누룩을 만들어 두 번째 오일과 세 번째, 네 번째 오일에 술을 빚는 경우도 있다. 결국 지역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 삼오주를 빚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삼오주를 만들면서 가졌던 만든 이의 염원의 크기만큼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삼오주는 오늘날에도 삼오주(三午酒)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에 의해 계속 빚어지고 있다. 자신의 입지가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아지고 견고해지기를 원하는 사람들 말이다. 삼오주가 이어져 온 모습은 우리에게 명확한 한 가지를 말해준다. 인간의 입신양명(立身揚名)에 대한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변화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글 = 이강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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