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보며 정치를 생각하다
축구를 보며 정치를 생각하다
  • 염영선 전북특별자치도의원
  • 승인 2024.01.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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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영선 전북특별자치도의원

 바야흐로 축구의 시절이다. 카타르 도하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가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 축구 A매치가 있는 날은 필자가 친구와 술을 마다하고 유일하게 가족과 함께하는 자리다. 축구를 매개로 애국심을 키우고 가족애를 유지하는 일거양득의 가풍이다.

 축구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이변이다. 지난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축구 종주국인 영국을 비롯한 축구의 성지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강호들과 겨뤄 승리했을 때 그 쾌감과 자긍심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반대로 객관적으로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인 국가에 졌을 때 그 실망은 일상의 절망으로 이어진다. 이번 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우승 후보인 일본이 조별리그에서 이라크에 패할 줄 누가 알았고, FIFA랭킹 23위인 대한민국이 87위 요르단에 고전을 하며 무승부를 할지는 며느리도 몰랐을 것이다.

 이변은 정치영역에서도 새로운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른바 이변의 연속이다. 그 정점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 아들 비리 문제로 야당인 이회창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다. 그런데 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난 노무현 후보가 노란 물결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바야흐로 정치의 시절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치 고질병인 탈당과 올드보이의 귀환이 도져 눈살이 찌푸려진다.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 실현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소수의 여야 정치인들이 탈당과 신당을 도모하고 있다. 지나가는 소가 웃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더이상 개도 돼지도 아니다. 정치 선진국인 영국과 미국은 오랜 양당제 국가다. 대한민국은 다당제가 아닌 적이 없다. 양당제 체제하에서 경선을 통해 충분히 정치의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고, 기존의 제3당을 선택할 수 있었다. 탈당은 대한민국 정치만의 부끄러운 유전자다. 실로 탈당은 주류에서 버림받은 자들의 퇴로이고, 신당 출현은 그들만의 이합집산이다.

 또한, 정치의 계절이 되면 정치 말고는 할 것이 없고 선거 말고는 할 짓이 없는 뒷방 늙은이들이 ‘중진’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스멀스멀 정치판을 기웃거린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지만 노정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노욕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수치다. 그들이 그 ‘화려한’ 중진이었을 때 대한민국과 전라북도를 위하여 무엇을 했던가 전북이 특별자치도가 되도록, 그리고 되는데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꼭 그들만이 중진이어야 하는지, 후배들을 중진이 되도록 키워주면 안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4월 총선은 무도한 윤석열 검찰, 겨울 공화국이 연속되느냐, 진보정권이 빼앗긴 ‘서울의 봄’을 되찾느냐를 판가름하는 건곤일척의 싸움이다. 또한 탈당과 신당 출현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정치 흑역사와 이별하고 전북 르네상스 시대의 꽃을 피우는 ‘전북특별자치도의 봄’을 앞당기는 이변의 기회다. 이제 전북은 128년의 소외와 차별에서 벗어나 번영과 번창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번 선거는 그 지름길을 선택할 첫 관문이다.

 이변이 없는 대회는 밋밋하다. 전북현대 출신 괴물 수비수, 김민재가 극장골까지 넣어 대한민국이 64년만에 우승하도록 가족 총동원령을 내렸다. 축구와 정치의 묘미는 이변이다.

 염영선<전북특별자치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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