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길순의 소설집 ‘어느 바닷가의 픽션’ 출간
채길순의 소설집 ‘어느 바닷가의 픽션’ 출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4.01.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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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리얼리즘이 필요한 시대에 대한 역설

 동학농민혁명사 소재의 소설을 주로 써온 채길순 소설가의 작품집 ‘어느 바닷가의 픽션(고유서가·8,800원)’이 출간됐다.

 작품집에는 폭력의 아픔이 중심을 관통하는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어느 바닷가의 픽션’은 사람 세상 아닌 어류 세상에서 벅찬 혁명이 이뤄졌다는 설정 속에 혁명이란 아픈 날을 기억한다. 그 폭력의 아픔은 동학농민혁명에 수괴로 참수당한 증조부의 잘린 목에서 통발에 걸려 두 동강이 나는 우럭에게로, 스크루에 목이 잘리는 화자에게까지 이어진다.

 ‘구빈원’은 광인 수용시설이라는 합법적인 공간에서 자행되는 현대식 고려장에 대해 고발한 작품이다. 베트남전쟁 유공자이자 오랜 시간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주인공이 치매 판정을 받고 천사양로원에 갇힌 후, 바깥 세상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입소자 살처분 계획 등의 음모가 도사리게 된다.

 강민숙 시인은 해설을 통해 이번 작품집이 “여전히 혁명이 필요한 사회에 대한 소설가의 역설”이라고 평한다. 사회적 변혁이 1980년대 이야기라 치부되고 ‘광장’이 꽃밭으로 포장되고 있는 지금, 작가는 소설을 통해 ‘기억해야 할 역사’, ‘열망해야 할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채 소설가는 충북 영동 출생으로 1983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 1995년 한국일보 광복50주년 기념 1억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흰옷 이야기’가 당선됐다. 저서로 장펀소설 ‘어둠의 세월(상·하)’, ‘동트는 산맥(전7권)’, ‘조 캡틴 정전’, ‘웃방데기’, 역사기행서 ‘새로 쓰는 동학기행’ 등이 있다.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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