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부(사타구니) 탈장,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바로 치료 받아야
서혜부(사타구니) 탈장,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바로 치료 받아야
  • 김슬기 기자
  • 승인 2024.01.2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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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세 정OO씨는 1개월 전 샤워하던 도중 우측 사타구니에서 뭔가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전혀 아프지도 않았고, 밤에 잠자리에서 다시 살펴보면 튀어나온 것이 없어져 안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타구니 돌출이 계속 반복되었고, 그 크기가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들어 갑자기 암에 걸린 것 같은 두려움에 집 근처 비뇨기과를 방문 후 사타구니 탈장이라는 이야길 듣게 되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타구니 탈장에 대해 대자인병원 외과센터 김형철 과장과 함께 알아보자. 

 ▲ 탈장이란

 탈장이란 복벽의 결손부위로 장내 장기나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탈출하는 상태로 정의되며, 그 중 서혜부에 발생하는 탈장을 서혜부(사타구니) 탈장으로 부른다. 서혜탈장은 결손부위의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간접탈장, 직접탈장, 대퇴탈장으로 구별된다. 간접탈장과 직접탈장이 동시에 발생된 경우 판탈롱 탈장 pantaloons hernia이라 한다.
 

 ▲ 탈장의 유래

 탈장을 뜻하는 hernia라는 말은 파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파생된 말이다. 탈장, 특히 서혜부탈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알려진 질병이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서 탈장과 그 치료에 대한 내용을 찾아 볼 수 있으며,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컬렉션에서도 탈장의 수술적 치료에 대한 내용이 있다.

 서혜탈장 수술의 진화는 외과 수술분야의 기술적 발달과 맥을 같이 한다. 수 세기에 걸친 인류의 노력 끝에 현대 탈장 수술의 원칙이 확립되었다.
 

 ▲ 역학

 서혜탈장 교정술은 외과에서 가장 흔하게 시행되는 수술 중의 하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9년치 (2007~2015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9년간 총 31만4238건의 서혜탈장 수술이 실시됐다. 연간 평균 수술 건수는 3만4604건이었다. 서혜탈장이란 병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도 많지만 매년 의외로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직접탈장, 간접탈장은 주로 남성에게서 흔히 발생하고, 대퇴탈장은 여성에게서 흔하다. 대퇴탈장이 발견된 경우, 여성의 10%, 남성의 50%에서 서혜탈장이 있거나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남성에서 서혜탈장은 1세 이전, 또 40세 이후 이렇게 두차례의 발생의 증가를 보인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유병률은 약 18%, 평생 서혜탈장이 발생할 위험도는 24% 였다. 연령별로 나누면 25~34세까지는 평생 유병률 15%, 75세 이상은 47%의 평생 유병률을 보였다. 여성 평생 유병률은 5% 미만이었다.
 

 ▲ 서혜탈장의 원인

 서혜탈장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 요인에 의하여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논란은 있지만, 성인에서의 서혜탈장은 복벽의 후천적 결함에 의하여 발생된다고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발생의 위험 요소는 한가지가 아닌 여러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복벽 근육의 약화이다. 복벽 근육 및 근막을 약화 시킬 수 있는 요인들로는 노령, 비만, 운동부족, 흡연, 다산 등이 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서혜탈장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일차성 서혜탈장 발생가능성이 8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 서혜부 탈장의 임상양상

 대부분의 환자들은 통증이 없는 서혜부의 돌출을 경험한다. 밤에 잠자리에 편안히 누으면 돌출이 사라지고, 일어나서 활동하고 힘을 쓰는 행위를 하면 다시 돌출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벼운 기침이나 배변에도 돌출이 발생한다.

 통증과 같은 증상이 없어 괜찮겠지 지켜보다가, 나이가 들어 돌출이 점점 커지거나 어느날 갑작스런 복통이 발생하여 병원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서혜탈장이 돌출된 상태에서 급격하고 심각한 복통이 발생하면, 이는 장이 탈장구멍에 끼인 상태인 감돈이 발생한 상황이다. 이때 만약 신속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장의 괴사가 발생하여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 탈장의 진단

 대부분의 경우 외래에서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고 신체검사만 하는 것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진단이 애매한 경우나, 다른 종괴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초음파나 복부 CT 같은 영상학적 검사가 도움이 된다.
 

 ▲ 탈장의 치료법

 모든 탈장의 궁극적 치료는 수술이다.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는 대부분 수술을 권유하는데, 그 이유는 그냥 두면 탈장의 결손 부위가 점차 커지면서 약해지고, 장의 끼임과 장의 허혈성 괴사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 없는 환자에서는 조심스럽게 관찰하면서 기다리는 전략도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여성에게서 발생한 서혜탈장이나, 남녀의 대퇴탈장의 경우는 모두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수술은 탈장의 접근 방법에 따라 개복 또는 복강경수술로 나뉜다.

 개복수술은 인공그물막을 사용하는 무긴장 교정술이 현재 표준 수술이다. 인공그물막을 사용하지 않는 조직교정술은 현재 높은 재발률로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인공막 사용이 금기시 되는 경우나, 인공막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환자에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복강경 수술은 탈장의 후면으로 접근하는 무긴장 탈장교정술의 하나로, 크기가 큰 인공그물막을 사용하여 사타구니의 여러 약한 지점을 한꺼번에 보강한다. 수술시간이 길고, 기술적으로 어려우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으나, 통증이 비교적 적고, 회복이 빨라 사회활동의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복강경 서혜탈장교정술이 표준치료로 시행되고 있다.
 

 ▲ 대자인병원 외과센터 김형철 과장 “돌출을 인지하는 대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적절할 치료가 중요”

 적합한 체중관리, 규칙적인 중등도의 복근운동(걷기, 요가, 스트레칭 등) 변비 예방,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때 팔과 다리근육을 이용하여 복부에 긴장이 덜 가도록 함은 탈장 발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서혜탈장 그 자체는 위험하지 않지만, 드물게 장이 돌출한 상태로 장이 끼어 복강 내로 복원되지 못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장 부종 혹은 더 진행되면 장괴사까지 발생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돌출을 인지하는 대로 병원에 방문하여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 탈장 유무 및 다른 종양성 병변을 감별하고, 때를 놓치지 않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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