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기대와 반성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기대와 반성
  • 서정환 신아출판사 회장
  • 승인 2024.01.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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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서정환 신아출판사 회장

전북특별자치도가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소리문화전당 모악당에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 1896년 ‘전라도’가 ‘전라남·북도’로 명칭이 바뀐 이후 128년 만에 ‘전북특별자치도’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이제 전남·광주에 묶인 호남권에 예속되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전북은 자치권을 가지고 중앙정부로부터 각종 권한을 이앙받아 스스로 우리 지역의 목표를 세우고 방향을 세울 수 있는 자치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사업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이고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기도 보다 쉬워질 것이다. 도정 5대 핵심산업인 농업생명, 문화관광, 고령친화, 미래첨단, 민생특화 등 다섯 가지 핵심산업을 활발히 추진·성공하여 도민의 복리증진 및 국가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특별자치도의 새로운 출발에 큰 기대를 가지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그저 노력 없이 그냥 잘될 것이라는 꿈에 들떠서 우리들 자신을 뒤돌아보아야 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가슴에 손을 얹고 냉정하게 한번 되돌아보자.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개코원숭이를 사냥하는 방법은 아주 쉽고 간단하다고 한다. 우선 사방이 막힌 상자 속에 먹이를 넣어둔다. 그 상자에는 원숭이의 앞발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구멍만 뚫어놓으면 이내 먹이 냄새를 맡고 찾아온 개코원숭이는 앞발을 넣어 먹이를 움켜쥔다. 처음에 앞발을 넣을 때는 쉽사리 들어갔지만, 먹이를 움켜쥔 앞발을 빼기란 어렵다. 결국 상자 속에 앞발을 아니 손을 넣고 먹이를 움켜쥔 채 개코원숭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이때 원주민이 다가간다. 하지만 곧 포획될 위험에 있는 개코원숭이는 움켜쥔 먹이를 끝내 놓지 못한다. 먹이를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면 원주민에게 잡힐 텐데 말이다. 이 얼마나 답답하고 어리석은 동물인가. 그러나 과연 우리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하고 있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포기를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것을 절대미덕으로 삼으며, 불굴의 의지를 탁월한 성공 방식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제때 포기하지 못해 삶의 고통을 자처하거나 막다른 길에 다다라서야 후회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손에 쥔 것을 놓을 줄 알아야 다른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세상사임을 우리는 종종 잊고 있다. 특히 전라북도 사람들은 손에 무엇이나 쥐고 놓을 줄을 모르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고 한탄스럽다.

다른 지역에서는 작은 것을 다 내려놓고 더 큰 것을 얻어내는 것을 우리는 멀거니 보고만 있습니다. 그러고는 다른 곳처럼 왜 많이 주지 않느냐고 불평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젖혀놓고 푸대접이니 홀대하느니 하고 불평불만만 요란합니다.

왜 우리 도민은 아니, 전주시민과 완주군민은 서로 통합하지 못하고 지금껏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알량한 감투를 내려놓을 줄 모르고 움켜쥐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통합을 못하고 그게 먹을 것이라고 주먹에 잔뜩 거머쥐고 그걸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개코원숭이들이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요.

뿐만이 아닙니다.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은 서로 금을 그어놓고 내 땅이라고 땅따먹기 놀이를 하고 있다. 이 어찌 한탄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 이러고도 특별자치도민이 되었다고 자랑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이라도 군산, 김제, 부안이 똘똘 뭉쳐 ‘○○시’란 이름으로 통합해 보십시오.

얼마나 가슴이 활짝 열리겠습니까.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릴 것 같다. 김만경 넓은 들을 바라보는 그 시원한 바람을, 가슴을 활짝 열고 환호하는 마음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쥐뿔도 없는 것들이 욕심은 목구멍이 터지게 미어터지게 많아 가지고…. 으이구 차암. 아이구 속 터져, 가슴을 치고 맙니다.

서정환<신아출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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