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배제가 일상화된 우리 사회의 미래는?
차별과 배제가 일상화된 우리 사회의 미래는?
  • 천호성 전주교육대학교 교수/전북미래교육연구소장
  • 승인 2024.01.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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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성 전주교대 교수<br>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최근 들어 카페와 음식점을 중심으로 특정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NO) 00 존(ZONE)’을 내건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는 60세 이상 노인의 출입을 막는 ‘노시니어존’의 가게가 생겨 논란이 일었다. 한 야영장에서는 40대 이상의 출입을 막는 ‘노중년존’까지 생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교수존’, ‘노스터디존’, ‘노유투버존’ 등 연령대와 직업, 그리고 특정 행위 등을 이유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가게들이 확산되고 있다. 소위 차별과 배제가 일상화되는 사회로의 변화이다.

‘노(NO) 00 존(ZONE)’ 이라는 사회적 현상의 대표적인 시작과 사례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노키즈존”은 전국적으로 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노키즈존’의 운영에 긍정적인 응답을 한 사람들이 71%나 됐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노키즈존’ 확산에 대해 우리 사회의 암묵적 동의가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키즈존’을 비판하며 구글 앱 지도를 만드는 현상까지 생기는 등 우리 사회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이를 지지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주장과 논리는 ‘헌법상 경제활동의 자유, 직업 수행의 자유’를 근거로 든다. 또한 매장의 다른 손님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서 필요하고 특히 어린이의 안전을 위하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실제 어린이들의 거친 행동과 이를 방치하는 부모의 행동을 비판하며 업주의 자유를 옹호하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어린이의 거친 행동이 어린이 집단을 배제할 만큼 문제일까? 실제 대부분의 진상손님은 성인인 어른들이다. 술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성인들에 대해서는 웬만해서 배제하지 않는다. ‘노키즈존’은 성인들과 달리 정치적 발언권은커녕 자기 보호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차별적이고 배제적인 태도이다. 즉 이것은 아동에 대한 부당 차별 행위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어린이 출입 금지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 행위라고 결정했다. 가뜩이나 인구절벽인 한국 사회에서 ‘노키즈존’의 등장과 확대는 안타깝다.

어렸을 때의 차별과 배제의 경험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연히 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노키즈존’과 같은 차별과 배제의 사회적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행동할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어린 시절을 겪지 않고 어른이 될 수는 없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문제없이 성장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성숙한 민주주의자로 성장시키는 것이 우리 어른들에게 주어진 책무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극단적 개인주의의 심화와 함께 양극화로 인한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의 정치, 학벌로 구분 짓고 재산으로 차별하는 불평등의 심화, 갈라치기가 일상화된 이념 갈등과 세대 갈등, 지역 차별과 심화되는 지역주의, 여기에 이제는 나이와 직업, 특정한 행위 등을 배제하는 ‘노(NO) 00 존(ZONE)’까지 겹겹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 둘러쌓여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 없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더 좋은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품어내고, 그들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부여하고 배려하며 상생과 공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2024년 새해에는 지역, 세대, 이념, 성별 등의 영역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천호성<전주교육대학교 교수/전북미래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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