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으로 설명되는 현상들
진동으로 설명되는 현상들
  •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 승인 2024.01.1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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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긍정적 진동(Positive Vibration)이라는 어찌보면 철학적인이 표현은 1970년대에 아프리카풍의 자메이카 음악인 레게(Regge) 곡명에서 왔다.

그 이전 60년대 비치보이즈의 히트곡명 중에도 좋은 진동(Good Vibrations)이 있었다. 음악도 삶도 그 근본은 진동이다.

그리스의 수학자이며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일찍이 악기가 만드는 음악을 넘어서, 천체든 소립자든 모든 우주현상이 진동으로 소리를 내며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피타고라스가 말한 천체의 진동은 자전과 공전을 말한 것임에 틀림없다. 밤낮의 순환도 계절의 순환도 우주의 진동에 의한 것이다. 우주를 질서라는 의미인 코스모스라고 이름지은 것도, 철학을 지혜에 대한 사랑(philosophy)이라 칭한 것도 피타고라스였다.

물리학에서는 최근에 와서야 우주현상의 근원을 진동으로 보게 되었다. 양자역학보다 한 발 더 나간 현이론(string theory)은 소립자도 중력도 일차원적인 끈의 진동상태로 설명하려고 한다.

경제학에서는 거시적 현상을 이해할 때 경기가 주기적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순환변동 모델의 틀에서 분석한다. 진동현상은 수학적으로는 보통 사인(sine)곡선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거시경제에서 보이는 순환곡선은 음악에서 현이 진동하고 공기가 진동하는 것처럼 규칙적이지는 않다.

미시경제에서도 사인곡선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주식투자의 고수들도 주가변동 그래프를 올려 놓고 이제 고점이 가까워졌으니 곧 내려갈 거라고 얘기하지만, 그 말 듣고 판 사람이 후회할 확률이 반은 된다. 물론 많은 사람이 그 고수의 말을 믿고 그 주식을 팔면 실제로 떨어질 수 있다. 고수는 이런 걸 내다보고 미리 팔았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주식고수들의 분석을 아예 공개하지 말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정부가 한시적으로 도입한 공매도 금지도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테면 거품이 많은 주가가 공매도 등을 통해 미리 조정될 수 있었는데 거품이 계속된 탓에 급격한 폭락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시장은 불완전하지만 이를 규제하는 게 더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시장의 순환변동은 시장참여자들이 한 쪽으로 몰리는 군집행동(herd behavior)에 의해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런 게 없더라도 수요와 공급이 임의적으로 그리고 복잡하게 작용하는 시스템의 내재적인 운동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서 일기예보가 매우 정확해졌는데, 경제에서 그런 예측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주가나 경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큰 소리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실패한다. 물론 이리 굴러도 저리 굴러도 운이 아주 좋은 사람들은 있다. 인공지능이 발전되어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에 따른 예측과 의사결정이 맞을 때도 많지만, 거기에 고무되어 크게 한탕하려다가 몽땅 털리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경제학에서 투자이론을 공부하다 보면 그 근본적인 가정이 투자자들이 위험회피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도박을 한다. 경제학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게 이윤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현실세계에서는 도박이 패가망신의 원인이다.

시장에는 들쑥날쑥한 변화가 많지만 큰 흐름을 보면 순환곡선이 보인다. 경제도 우주현상의 근원인 진동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BTS 태양은 솔로곡인 바이브(Vibe)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Look at the stars. 밝게 빛나는 달all through the night 우릴 비춰주고 있잖아. 날 보는 너의 눈빛과 진동을 계속 느끼고 싶어”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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