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09> 개인도 지자체도 운이 다하면...(5) 새만금의 미래(4)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09> 개인도 지자체도 운이 다하면...(5) 새만금의 미래(4)
  • 김두규 우석대 교수
  • 승인 2024.01.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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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팔방미인(八方美人)’이란 말이 있다. 아름다운 여인이 아니라 ‘여러 방면에 능통한 사람’을 말한다. 이것저것 조금씩 ‘깔짝’거리는 사람에 대한 반어적 표현이다. 당연히 잘 살 수 없다. 땅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그 땅이 팔방미인이라면 그 땅은 성공하지 못한다. 터마다 기능과 성격이 다르다. 풍수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20년 전 경기도 여주시 가업동 ‘굿절’을 답사한 적이 있었다. 당시 순수 한글 이름으로만 된 절들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다. 굿절·떡절·꽃절 등이 꿋꿋하게 순수 우리말 이름을 지닌 채 전해지고 있었다. 굿절은 ‘굿하는 절’이란 뜻이다. 도대체 어떤 터이기에 굿절로 유명해졌을까?

필자가 굿절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구곡사로 개명한 한 뒤였다. 조계종으로 귀속된 뒤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굿절’로 불리었다. 절의 기능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일부러 당시 주지 스님(속명 김명철)께 ‘굿절’의 사연을 여쭈었다. 멀리 전주에서 온 것을 알고 자신도 ‘고향이 전북’이라며 친절을 베푼다.

“인근 여주 신륵사가 대중 교화처이자 관광지로 사람이 많이 찾는 반면, 이곳은 기도처이자 천도재를 올리는 곳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덧붙여서 주지 스님이 들려준 ‘사찰풍수론’이다. 주지와 필자의 대담 일부이다.

“절망하는 것, 아주 쉬워요!” “왜 망하는데요?” “신도가 안오니까 망하지요!” “예?.....” “흥성하는 절의 풍수 특징이 있어요!” “무엇인가요?” “흙산[肉山]이 아닌 돌산[石山]이어야 하고, 수구가 쪼여줘야되요[관쇄·關鎖]. 그렇지 않은 곳은 오래 가지 못하고 폐사지(廢寺址)가 되요!”

망하는 절의 일반론이다. ‘굿발’이 먹히는 절터의 특징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터가 좁고 대웅전 뒤에 거대한 돌줄[石脈]이 드러나야 한다. 좌우 산들이 감싸주어 징치고 북치는 소리가 외부로 나가지 않으면서도 절터 안에서 공명이 되어야한다. 굿절(구곡사)이 그와 같은 터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새만금은 어떠한 땅일까? 주변에 산하나 없는 허허벌판이다. 토색은 양명하지 못하고 소금기가 진하다. 이 소금기를 빼려면 30년은 족히 걸린다. 새만금 밖 바닷물은 동해안의 푸른색과 달리 탁하다. 간척사업으로 관광의 필수인 섬들이 없어졌다. 망망대해이다. 해안 관광지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새만금 사이로 흐르는 강물은 대형축사 오폐물·농약 잔류물 유입으로 수질 개선이 요원하다. 착공 34년째인 지금도 땅 조성이 진행 중이다. 누구를 위한 새만금인가?

수백 수천 년, 인근 어민들의 일터 ‘갯벌’로서는 너무나 소중한 자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갯벌’로 환원하기에는 너무 많이 왔다. 매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정치인들이 아닌 국책연구원들과 기재부가 난감해 하는 이유이다. 간척사업을 가장 좋아하는 이들이 토목업자이며 텀프트럭업자이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테러를 당한 부산 가덕동 신공항 부지 역시 정치인·토목업자·덤프트럭업자의 ‘밥’이다.

갯벌로 환원할 수 없다면 새만금은 분명 ‘터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그에 맞추어 개발목표를 정해야 한다. 관광단지로 갈 것인가? 온난화로 전 세계적으로 쌀 생산이 급감하는 미래를 대비하여 농지로 갈 것인가? 27만 인구의 수변도시로 가야 할 것인가? 2차전지생산을 위한 공장부지로 조성해야 할 것인가? ‘서해안시대’를 염두에 둔 항구도시로 가야할까?(‘서해안시대’라 함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인데, 지금과 같이 중국을 ‘개무시’하는 상황이라면 가능할까?)

새만금은 결코 ‘팔방미인’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대안이 무엇인가? (계속).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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