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뭘 배웠던 지를요
살면서 뭘 배웠던 지를요
  • 최영규 전북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 승인 2024.01.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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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전북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재밌는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0세부터 100세까지의 일생을 100가지의 장면으로 엮어 낸 ‘100 인생’이란 제목의 그림책이다.

 페이지 구성이 똑똑하고 재미지다. 한 문장도 안되는 짤막한 글과 그림으로 일생을 표현했다는 점이 놀랍다. 쓸 말이 차고 넘쳤을 텐데….

 갓난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과 함께 “0, 난생처음 네가 웃었지, 널 보는 이도 마주 웃었고” 라는 문장으로 책이 시작된다.

 필자도 아들 둘과의 황홀했던 첫 만남을 잊을 수가 없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또 공감한다.

 “1살, 손에서 놓으면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지 그게 중력이라는 거야” “18개월, 엄마가 어디론가 가버려도 다시 온다는 걸 배우는구나, 그게 믿음이라는 거야”

 중간하고도 한참을 넘겨 자연스레 내 나이의 페이지에 손이 간다. “52, 이루지 못한 꿈도 있지만….” “53, 괜찮아. 작은 것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배웠으니깐….”

 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1년, 2년, 10년 세월이 흘러간다.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게 쉽지 않은 걸 보니 나이 먹는 게 싫은 모양이다.

 한 부모의 아이로 태어나 어느새 몸이 자라고 질풍노도로 거칠었던 10대를 지나 아름답지만 힘든 사랑으로 충만한 20대를 거쳐 성장해 간다.

 낯선 사회에 적응하며 진로로 힘겨운 30대.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무게와 책임감으로 살아가는 40대. “행복이란 게 별거 없어, 건강이 최고지”라고 느끼는 50대. 그러고 보니 어느새 중년이다.

 읽어 나가다 보니 책의 중년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60, 너도 이제 예순이구나, 하지만 어릴 때 보았던 60대 할머니가 너 자신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지?”

 “81, 이제는 나이를 한 해 한 해 세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보내는 순간순간을 세고 있다고?”

 중년을 지나 노년의 일 년 일 년은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99,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 묵직한 울림이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한다. 실제 이 책의 저자 하이케 팔러는 초등학생부터 아흔 살 노인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 “살면서 무엇을 배웠나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들의 답과 이야기로 페이지마다 장면을 채웠다고 한다. 마지막 이 한 줄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다.

 2024년 한해가 시작됐고 100세 인생에서 한 페이지가 또 시작됐다.

 우리는 무엇을 배우면서 살고 있을까? 이미 한 살에 접시를 깨며 중력을 배웠고, 두 살이 되기도 전에 부모와의 경험을 통해 믿음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 갑자기 찾아온 예기치 못한 순간을 경험하며 평범함이 행복이라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마주하며 스스로 버텨낼 수 있는 고요함을 배운다.

 상처주지 않고 거절하는 법과 거절당했을 때 태연할 수 있는 법도 터득해가고 있다. 그리고 중년의 나이에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중력을 가르쳐 준 것은 교과서가 아닌 경험이었고 믿음을 알려준 이는 가장 가까이 있었던 부모님이었듯 내 질문의 답은 바로 주변, 일상, 지인,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있지 않을까?

 “무엇을 배우면서 살고 있는가?” 그 답을 찾아보는 한 해를 살아가 보자. 의미 있게.

 최영규 <전북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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