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 로봇 복강경수술로 불임 걱정 크게 줄였다
자궁내막증. 로봇 복강경수술로 불임 걱정 크게 줄였다
  • 김슬기 기자
  • 승인 2024.01.10 1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질환 수술 새 지평 열어
전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채희숙 교수, 여성질환 수술 새 지평 열다

 가임기 여성에서 흔한 질병인 자궁내막증을 치료하기 위해 로봇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수술 방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난소기능 저하와 같은 부작용의 사례가 적은 만큼 자궁내막증 수술의 새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채희숙 교수와 함께 로봇 복강경을 이용한 자궁내막증 치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수술실에서  채희숙 교수

 ▲ 자궁내막증과 기존의 치료법 

 자궁내막증은 전체 여성의 10~15%가 발병할 정도로 가임기 여성에서 흔한 부인과적 질병이다.

 이처럼 가임기 여성의 흔한 질병인 자궁내막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의료계에서는 개복, 복강경, 로봇 복강경을 이용해 낭종을 정상 난소 조직으로부터 벗겨내는 방식을 활용해왔다.

 문제는 이때 난소의 낭종을 제거 하고 출혈부위를 지혈하는 방식은 수술 후 정상 난소조직의 기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낭종 제거 후 지혈하는 방식으로는 통상적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전기소작술로 노출된 혈관을 소작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생식 내분비 관련 국제학술지(Fertility and Sterility·2012년) 발표 등에 따르면 복강경을 이용하여 난소의 자궁내막증을 제거한 후 전기소작술로 지혈한 경우 난소기능은 회복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또 창 시에이치(Zhang CH) 등의 저자도 대만(Taiwan) 산부인과 저널에 전기소작술이 수술 후 난소 기능 손상 측면에서 다른 방법들에 비해서 가장 큰 것으로 보고하기도 했다.

 다른 방법은 전기소작술과 단순 봉합법으로 최소한의 혈관만 소작한 후 난소를 피질을 포함하여 단순 봉합하는 방식이지만 이 또한 전기소작술에 비해 손상은 적지만 난소를 직접 봉합함으로 인한 난소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렇듯 기존의 방법들은 난소의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는 학계와 의료 현장의 보고가 많은 실정이다. 

환자와 문진하는 전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채희숙 교수

 ▲ 로봇 복강경을 이용한 자궁내막증 치료 

 채희숙 교수는 기존 방식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으로 난소 기질만을 봉합하는 새로운 지혈 방식, 혈행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봉합하는 수술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그는 자궁내막종과 같은 난소 낭종을 제거한 후 출혈 부위를 로봇 복강경을 통한 미세봉합술로 지혈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수술법은 노출된 혈관들을 꼼꼼히 봉합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 방식들에 비해 훨씬 정교함을 필요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채 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미세봉합술 수술을 약 250건 가량 시행했으며, 현재까지 특별한 부작용은 전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자궁내막증 치료를 위해 로봇 복강경을 이용한 획기적인 수술 방법을 적용해 수술 후 난소기능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기존의 문제를 해소하고 많은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확보하는 등 국내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자궁내막증의 병소를 제거하고 유착 등으로 인한 뒤틀린 해부학적 구조를 유착을 박리해 정상 구조로 만들어주면서 환자 개인이나 가족 구성원은 물론 인구절벽에 부딪혀 있는 국가적 과제 중 하나인 불임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끝으로 채희숙 교수는 그동안 시행된 로봇 복강경을 이용한 미세봉합술에 관련된 연구논문을 준비 중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획기적인 수술 방법이어서 임상실험의 학술적 뒷받침이 완성될 경우 국제 의료 전문학회에 논문을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로봇 복강경을 이용한 자궁내막증 사례 

 전북 고창에 사는 A씨(39)는 전북대병원에서 최대 10cm 크기의 다발성 자궁근종과 좌측 난소의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다. 당시 자궁내막증의 병기는 4단계로 중증에 해당했다.

 채희숙 교수는 로봇복강경으로 자궁근종 적출술과 좌측 난소 낭종 제거술을 했다. 그 결과 난소 기능의 척도를 나타내는 검사인 항뮬러관 호르몬(AMH) 검사에서 수술 전에는 2.07이었으나 수술 후에는 2.02로 거의 변함이 없었다.

 AMH 검사에서 수치가 거의 같았다는 말은 수술을 전후한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A씨는 이후 시험관을 진행해 임신 40주에 제왕절개로 분만할 수 있었다.

 또 수술 후 기능이 좋아진 사례도 보고됐다. 전북 전주에 사는 B환자(43) 역시 최대 7cm크기의 다발성 자궁근종과 양측 자궁내막종으로 로봇복강경 수술을 했다. 그 역시 수술 당시 자궁내막증의 병기는 4단계로 중증이었다.

 AMH 검사상 수술 전은 1.02였지만 수술 후에는 1.85로 오히려 기능이 훨씬 좋아졌고, 앞으로 시험관시술을 시행할 예정이다.

 또 다른 환자인 전북 삼례에 사는 C환자(37)는 자궁근종과 중증의 자궁내막증으로 서울 5대 병원 중 한곳에서 개복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전의 심한 통증이 지속되었고 이후 다시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종이 재발해 전북대병원을 찾았다.

 이때 자궁내막증의 병기는 장과 자궁, 양측 난소가 광범위하게 유착된 4단계로 중증에 해당했지만 채 교수가 집도한 로봇복강경 수술 덕분에 C씨는 심했던 생리통이나 골반통이 사라지기도 했다.

전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채희숙 교수

 ▲ 최희숙 전북대학교 산부인과 교수 “여성의 흔한 질환에 대한 로봇수술 확대 적용 필요” 

 정부가 자궁내막증과 같은 가임기 여성에서 흔한 질환에 대한 로봇수술을 적극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자궁내막증을 가진 여성들의 30~50%가 불임으로 진단받는다는 점에서 자궁내막증과 불임의 긴밀한 연관성을 알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국가적 당면과제인 불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맡은 소명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김슬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