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전북’을 위한 시작
‘특별한 전북’을 위한 시작
  • 방극봉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4.01.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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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봉 전북은행 부행장

 세상 모든 것들에는 각자에 걸맞은 이름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고 시인도 노래하지 않았던가.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대상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존재의 본질에 맞는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가 된다. 무의미한 존재였다가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비로소 의미 있는 존재인 ‘꽃’이 된 것처럼.

 2024년 푸른 용의 기운이 상서로운 올해 전라북도의 이름이 바뀐다. 이제 우리는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이름의 시대를 맞이하며 그 이름에 걸맞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첫 출범 이후 지난해 강원특별자치도에 이어 올해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의 서막이 열리는 것. 조선 8도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녔던 전라도가 1896년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로 분리된 이후 128년 만이다. 이는 단순히 명칭만 변경되는 게 아니라 독자적 지위가 법적으로 인정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 전라북도는 김제평야 등 기름진 농토가 많아 한반도를 풍요롭게 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경제적 풍요 속에서 음식과 문화예술을 꽃피웠으며 시대정신을 이끌었다. 최초의 아래로부터의 반봉건, 반외세 민족운동이었던 동학농민운동의 발원지이자 현재 전승되고 있는 대부분 판소리가 전북에서 출발하였고, 이 외에도 고려청자, 남종화, 가사문학 등 문화·예술의 꽃을 찬란히 피워낸 땅이기도 하다.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라고 하지 않았던가. 전라도가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의미로 이순신 장군은 왜란을 치르는 동안 전라도의 중요성을 이와같이 역설했다.

 그러나 이처럼 찬란했던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간 인구 감소와 초광역 정책지원에서 소외됐던 전북도는 인구감소 위기 대응, 차별 극복, 국가성장 선도라는 3대 과제 해결 및 소외 극복을 위해 전북을 독자 권역으로 설정하고 정부 지원을 끌어낼 전북특별자치도법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4월 민주당이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새만금 경제자유특별지구 지정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도지사 공약과 연계해 8월 여·야 의원들이 전북특별자치도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각각 발의했다. 여기에 전북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역발전에 필요한 특례들을 스스로 찾고 그것을 정부로부터 얻어내는 과정들을 거치며 힘을 보탰다. 전북도는 물론 도민들,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이룬 성과인 셈이다.

 그 결과 특별자치도로서 관련 특별법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고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특례를 부여받으며 자율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통해 전북의 지역·역사·지리적 특성과 강점을 살린 131개 조문, 333개의 특례가 부여됐다. 이와 함께 법이 정하는 범위에서 국토 균형발전 및 지방분권, 지역경쟁력을 높이는 조직과 체계도 가동될 것이다.

 이제 전라북도가 아닌 전북특별자치도라는 명칭으로 주민등록부터 도로명 등 약 250억 건의 방대한 코드가 한꺼번에 변경된다고 하니 그 변화를 하나씩 체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농생명산업과 문화관광,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 미래첨단산업, 민생특화산업 등 5대 핵심 산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 것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특히 전북특별법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하는 ‘프론티어(개척)’ 특례들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농생명산업지구 지정, 국제 K-팝 학교 설립, 이차전지산업 특구, 전북형 산업지구·특구 지정, 고령친화산업 복합단지 지정, 탄소소재 의료기기기술 진행 등이 대표적이다.

 어려운 경제상황과 지방소멸이라는 위기의 시대, 생존을 위한 고민에서 시작한 특별자치도로서의 출발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차별화된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만개하기 위한 그 여정에 우리 모두 힘을 보태어 지역의 힘으로 새로운 성장과 더 나은 삶이 펼쳐질 수 있음을 입증하는데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특별한 전북’의 시간이 시작됐다.

 방극봉 <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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