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의 길
전북특별자치도의 길
  • 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 승인 2024.01.0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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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전통적으로 ‘용’이라는 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하는 것은 길조 중의 길조였다.

올해는 전라북도에게 바로 그런, 여의주를 물고 비상하려는 ‘용’이 스타트 라인에 선 셈이다. ‘1월 18일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제대로 안착한다면’ 이라는 단서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런 가능성을 꿈꿀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128년 전에 전라도가 전라남·북도로 나뉘기 전,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일컬었을 만큼 전라도의 위상은 높았고 전주에는 전라감영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전옥답의 풍요로움은 예술과 음식문화를 꽃피웠고 호남은 ‘예향’이 되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호남은 점점 변방으로 밀려났고 그 호남의 일부로 엮여있던 전라북도는 이제 존립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갈수록 인구는 줄고, 특히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떠나가고 있다. 아이 울음소리 듣는 것이 큰 사건이 되는 마을들이 점차 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그런 상황에 대한 몸부림의 일환이다. 좀 더 많은 자치와 재정의 권한을 부여받아 지역 여건과 특성에 맞는 특례를 통해서 자율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전북특별자치도법 및 그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전라북도와 정치권, 도민들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단 3개월 만에 법안 발의부터 국회 통과까지 이루어내고 지난 연말에는 개정안까지 가결하는 기염을 토했다.

간절함의 결과였다. 산업화의 변방으로 지난 반세기 이상 겪어야 했던 차별과 가난의 장벽을 넘어서서 이제는 좀 잘살아보자고 하는 전 도민들의 절박한 투쟁이었다.

잼버리의 아픔은 있었지만 이제 새만금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다. 도로, 철도, 항만, 공항과 같은 SOC 기반 구축이 구체화 되고 그에 따라 새만금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눈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굴뚝산업 대신 바이오 융·복합, 수소, 2차 전지와 같은 미래 첨단산업으로 새롭게 무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특별법에는 농생명·문화관광·고령친화·미래 첨단·민생특화 등 5대 핵심 산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반 제도·인력을 갖출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마련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4개의 특구를 만들고 특구 안에서 일어나는 개발행위와 여러 권한을 도지사가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전라북도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농업 분야에서는 좀 더 광범위한 권한을 갖게 된다. 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갖고 있던 농업진흥 지역 해제, 농지전용허가 권한이 대표적이다. 식품·종자·미생물·동물용 의약품과 같은 특화산업의 생산·가공·유통 역시 권한의 범위 안에 있다.

또한 문화관광 측면에서는 문화산업진흥지구 지정을 통해서 유·무형 K-콘텐츠 지원센터 설치, 전문인력 양성 특례도 포함됐다. K-팝 국제학교 설립을 비롯한 K-컬쳐의 연계 산업 확장을 도모하게 된다.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들의 출입국 관리, 금융산업과 투자유치 진흥을 위한 특례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특례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2040년에는 18만 명의 인구 유입 효과와 더불어 지역내총생산(GRDP)은 8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퀀텀 점프’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이 연속적으로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뛰어오르듯이 성장한다는 물리학 용어다. 전라북도가 지난 산업화 시기에 뒤처졌던 잃어버린 세월을 넘어 전북특별자치도를 통해 퀀텀 점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정희<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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