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철서염(東鐵西鹽) 전북의 백년대계(百年大計)
동철서염(東鐵西鹽) 전북의 백년대계(百年大計)
  • 이남호 전북연구원장
  • 승인 2024.0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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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호 전북연구원장

 우리는 늘 선진국을 추격했다. 선진국의 혁신을 한발 앞서 받아들이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 개발도상국 한국의 낮은 원가와 조화를 이루며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했다. 하지만 한국의 원가와 시간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 개발도상국의 추격도 받고 있다.

  ‘추격의 시대’에서 ‘추월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자기 혁신이 없이 선진국의 혁신을 받아들이는 전략의 결과는 영원한 아류이다. 혁신을 멈춘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진 예는 차고 넘친다.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로 시장을 개척하는 선도자(First Mover) 전략이 필요하다.

  추격자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요시하나, 선도자는 혁신이 핵심이다. 혁신은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에서 실현된다. 절대적인 투자 규모를 늘리지 않고 경쟁자를 이길 방법은 없다.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혁신에는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인류 생활의 미래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가 참여하는 학제적 접근도 필요하다. 자율주행 트랙터를 만들어 2023년 미국 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농기계의 테슬라 ‘존 디어’가 좋은 사례이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이유로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IMF 시기에도 연구개발 투자를 늘렸다며 정부를 성토하였다. 하지만 지역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 정부처럼 지역에서도 경제가 어려우면 미래의 투자를 가장 먼저 줄인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연구개발에 관한 관심을 뒷전으로 밀어놓기 일쑤이다.

  농부아사 침궐종자(農夫餓死 寢?種子), ‘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라는 뜻이다. 정약용이 편찬한 속담집인 「이담속찬」에 나오는 말로서 후손과 미래를 위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미래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어야 한다. 연구개발 없이 미래 먹거리도 없다.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 전북특별자치도, 과감한 연구개발로 동철서염(東鐵西鹽)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인류 역사를 보면 소금과 철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했다. 이른바 중국 한나라 무제(武帝)의 염철론(鹽鐵論)이다. 소금은 물과 함께 생명을 상징한다. 철과 제철은 고대 역사를 뒤바꾼 첨단과학기술을 의미한다.

  전북의 서해안은 소금의 보고이고, 동부권은 제철의 중심이다. 한반도의 700여 개소 제철 유적 중 전북 동부권에 300여 개소가 있다. 지금의 전북은 동쪽으로 생태자원이 펼쳐져 있으며, 서쪽으로 미래산업을 대표하는 농생명산업, 바이오산업, 청정에너지와 이차전지산업, 모빌리티산업 등이 커가고 있다. 생명과 첨단기술을 뜻하는 동철서염이 곧 글로벌생명경제도시의 전략이다.

 동철서염은 동서의 강점을 연계한 균형발전 전략이자, 가난을 강조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는 의지이다. 가난하므로 지원해 달라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전북이 가장 잘하고, 전북만이 할 수 있는 오운리 원 브랜드(Only One Brand)를 만들어야 한다. 생명자원과 첨단기술을 융합하는 동철서염이 오운리 원 브랜드이자 혁신의 선도자이다.

 2024년은 선도자 전북특별자치도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그리는 해이다. 전북의 현실을 날카롭게 살피고, 합리적인 방법론으로 미래를 조망하여 새로운 소금과 철을 발견하는 혁신의 길,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남호 <전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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