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76) 김규성 시인 ‘묘수 찾기’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76) 김규성 시인 ‘묘수 찾기’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4.01.0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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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 찾기’
 

- 김규성 시인
 

 노는 날에만 찾아오는 치통이 늦은 저녁 냉장고로 옮겨졌다
 미열이 있는지 손 짚어보고 깊숙이 쟁여둔 봉지와 반찬통들이
 잘못된 속병 원인인지 헤집어진다
 일가를 이루고 사는 동안 세 번째
 큰 기업의 사업주기에 따라 치통이 온다
 줄줄이 꺼내놓은 욕심 버리지 못해 전전긍긍
 들였다 꺼냈다 하는 심야
 단단하게 얼어붙은 미래가 오늘 생활에 풀려 식은땀 흘린다
 세상은 발전하고 경제는 커졌다는데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처지는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또 할부
 오래도록 처음처럼
 깊이 숙성시킨다는 미래는 은백색
 더 똑똑하고 편리해지는 공간의 집은 좁아지고
 경험은 스스로 잊어버려 나는 갇혔다
 사람을 모르고 세상을 모른다.
 

 <해설>

 냉장고에 현대인의 고단한 삶이 온전하게 서려 있습니다. “노는 날에만 찾아오는 치통이 늦은 저녁 냉장고로 옮겨졌다”는 것은 치통도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긴장된 삶을 표현한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냉장고 안에 “깊숙이 쟁여둔 봉지와 반찬통들이/ 잘못된 속병 원인인지 헤집어진다”고, 하여 현대인의 복잡한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적 자아가 “일가를 이루고 사는 동안 세 번째/ 큰 기업의 사업주기에 따라 치통이 온다”니 현대인의 고단한 삶을 형상화합니다.

 그리고, “욕심 버리지 못해 전전긍긍/ 들였다 꺼냈다 하는 심야”도 역시 불안한 삶을 “단단하게 얼어붙은 미래”에서 찾고 있습니다. 내일의 먹거리가 근심되면 냉장고에 먹을 것을 쟁여두게 될 테니까요. 남들이 “세상은 발전하고 경제는 커졌다”라고 하지만, 내게는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처지는 또 할부”를 해야 하는 궁핍한 삶이며, 춥고 불안할 현실일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더 똑똑하고 편리해지는 공간의 집은 좁아지고 스스로 잊어버려 나는 갇혔다”고 느끼고 있으니까 우리 현대인들은 삶의 테두리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살고 있으니 결국 ‘묘수 찾기’는 없는 셈입니다. 

 독자 여러분, 갑진년 새해가 밝아 왔습니다. 여러분들은 올해 시원한 ‘묘수 찾기’를 하시길 기원해봅니다.
 

강민숙 시인

 강민숙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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