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08> 개인도 지자체도 운이 다하면...(4) 새만금의 미래(3)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08> 개인도 지자체도 운이 다하면...(4) 새만금의 미래(3)
  • 김두규 우석대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승인 2024.01.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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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지난주 글에서 죽은 땅을 살리는 방법으로 ‘비보풍수’를 언급하였다. 비보풍수는 ‘병들거나 죽은 땅을 살리는 풍수’로 일종의 국토풍수이다.

한반도 풍수의 비조라고 알려진 도선국사 이래 묘청·무학과 같은 풍수 대가의 특기였다. 당산나무·장승도 그 대표적인 예이다. 수년 전 필자의 주소지 순창 추동 앞 당산나무 아래에 대형축사가 수년 전 들어섰다. 동네 사람들은 아침저녁 악취에 코를 막는다. 인근 4개 마을을 죽였다. 허가한 전임 H 군수의 무지함을 본지와 조선일보에 소개한 적이 있다. 풍수의 본질을 망각한 대표적 사례이다.

비보풍수를 통해 죽어가는 도시를 부활시킨 정치인이 있다. 국회의원 출신도 관료 출신도 아닌 건축가였다. 한국이나 중국이 아닌 브라질에서이다. 레르네르(J. Lerner: 1937~2021)였다. 1964년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의 첫 직장은 ‘쿠리치바(Curitiba)시 도시 계획·조사 연구소’였다. 인간의 운명은 첫 번째 직장과 그 위치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레르네르가 그 경우이다. 이곳에서 그는 쿠리치바 ‘기본계획(마스터플랜)’ 사업에 관여한다.

관중들은 묵언으로 경기를 관람하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며 선수를 탓하기도 하고, 때로는 ‘코치질’를 하기도 한다. 하물며 선수들을 지휘하는 감독은 오죽할까? 체력만 되면 직접 뛰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네르네르가 그와 같은 심정이었다. 당시 쿠리치바시는 인구 40만 안팎의 생활환경이 파괴된 슬럼화된 도시였다. 현재 쿠리치바시 인구는 190만이 넘는 세계적 친환경도시이다(1960년대 전북 인구가 250만, 현재 180만이 안 됨을 비교하면 ‘쿠리치바시의 위대함’을 알게 될 것이다).

레르네르는 30대 나이로 시장선거에 당선된다. 이후 그는 세 번의 시장과 8년의 주지사를 지낸다. 그리고 2002년부터 3년간 국제건축가연합회(IUA) 의장으로 선출되어 세계적 건축가로 존경받는다. 그가 쿠리치바시를 살려낸 비결이 ‘비보풍수’였다. 그의 표현으로는 ‘도시침술(Urban Acupuncture)’이었다. “도시가 병이 들어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면 침을 재빨리 놓아야 한다. 도시침술의 생명은 속도와 정확성이다.”

쿠리치바시는 한국 정치인들(이명박·오세훈·박원순...)의 성지순례가 되었다. 훗날 대통령이 되게 한 이명박의 큰 업적 ‘버스전용차선제’, 박원순의 ‘도시재생사업’도 이곳을 참고한 것이다. 지난 ‘새만금 잼버리대회’ 준비과정에서 전북 공무원들의 해외 선진사례 답사가 문제 되었다. 선진사례 답사를 하지 말란 것이 아니다. 축구경기와 같은 관련 없는 쓸데없는 곳을 간 것이 문제다.

레느네르는 쿠리치바시에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정원도시를 만들었다. 그 ‘당위론’을 ‘쿠리치바’ 지명에서 찾았다. 유럽인이 이곳을 정복하기 전, 이곳 원주민은 이곳을 “소나무가 많은 곳”이란 뜻으로 쿠리치바라고 불렀다. 레느네르도 땅의 성격과 지명을 존중하였다. 이것은 극히 부분적 ‘침술’ 행위이다. 쿠리치바를 살린 ‘도시침술’ 사례들은 생략한다.

새만금을 ‘한국의 쿠리치바’로 바꾸어 놓은 ‘레르네르’가 필요하다. 새만금 예산 삭감을 두고 정부에 항의하는 국회의원들의 삭발이 있었다. 동서고금에 삭발이 투쟁 방식이 된 적이 없었다. 유교적 관점에서 삭발은 대단한 불효다. 구한말 단발령 때, “목이 잘릴지언정 머리카락 하나도 자를 수 없다.”고 한 까닭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삭발은 중이 되겠다는 표현이다. 할복·단지(斷指)·분신·단식 등은 분명 항의의 표현이었다.

전북 서해안 어민들을 대대로 먹여 살려온 갯벌 숨통을 막아가면서 30년 동안,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한 ‘새만금’에 어떤 침을 놓아야 하는가?(계속)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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