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독립운동가 김철수
비운의 독립운동가 김철수
  • 김동수 시인
  • 승인 2024.01.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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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시인 / 전라정신연구원장<br>
김동수 시인 / 전라정신연구원장

지운 김철수는 1920년대를 대표하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이다. 해방 후 월북하지도 않았고, 북한 정권 수립에 가담하지도 않았다. 좌우합작 통일정부 수립에 전력하다 정치상황에 환멸을 느껴 1947년 모든 활동을 접고 낙향, 농사꾼으로 여생을 보냈다. 13년 8개월간 옥고를 치를 만큼 불굴의 독립투쟁을 펼쳤고, 친북활동의 전력이 없었음에도 그는 1986년 타계할 때까지 1급 감시 대상으로 한평생 공안당국의 감시를 받았다. 그가 해방 60년 만에 조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경향신문’ 사설 2005년 8월 4일)

1893년 전북 부안군 백산면 원천리에서 태어난 지운은 천석꾼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다. 13세~14세 때 정읍군 이평면 말목리에서 구례 군수를 지내다 부모님 상(喪)을 당해 군수직을 사직한 후 서당을 연 서택환 선생 밑에서 한국의 선비정신을 배우고 민족의식에 눈을 뜨게 되었다.

1910년(18세) 한일합방 잔치에 참석했던 아버지가 가져온 떡을 먹고, 나중에 그 떡을 가져온 곳을 알고 토해냈다고 한다. 서택환 선생께서 “망해가는 나라를 되살리는 길은 선진국에 유학하여 선진문물을 배워 대비하는 길”이라는 말을 듣고 일본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설득과 인촌의 조언으로 와세다 대학 정치경제과에 입학했으나 학교 공부보다는 ‘사회주의’ 서적 읽기에 몰두하면서 장덕수, 송진우, 이광수, 현상윤, 이병도 등과 더불어 『학지광(學之光)』을 만들어 유학생들의 상호 친목은 물론 국제정세, 국내 상황의 변화 및 세계 사조의 변화 등을 함께 실었다.

와세다 대학을 다니다 독립운동의 한 방법으로 사회주의 사상을 택하게 되었다. 조선 청년들의 선진국 유학을 독려했던 이명직 대감이 일제에 의해 독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단지(斷指) 동맹을 조직하여 동지들과 피를 섞어 마시며 독립운동에 투신하기로 헌신 의지를 다졌다.

3.1운동이 일어나자 ‘상해임시정부’수립에 가담하여, 이승만, 신익희 등과 함께 혁명자금담당을 맡아 시베리아로 가서 40만원어치의 금덩이를 가져왔다. 1920년 일본에서 학교를 자퇴하고 돌아와 ‘일본제국주의를 몰아내고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한다는 강령으로 ‘사회혁명당’을 조직하였다. 이 무렵 상해에서 만난 와세다 동창인 해공 신익희가 “공산당 그만두고 민족운동만 해라” 하였으나 “일본제국주의를 몰아내는 것이 우리의 급선무”라며 거절, 1923년 조선으로 돌아와 활동 자금을 모으다 일경에 검거돼 거주 제한을 받았다.

1925년 조선공산당 중앙위원회 조직부장을 맡아 1926년 모스크바를 방문하였다. 이러한 그의 활동은 일제에 맞서 조국을 해방할 수 있는 방략으로 공산당 활동을 선택한 것이다. 이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중국으로 건너가 1930년 조선공산당 재건을 위해 귀국하다가 체포되어 1940년 서대문형무소에 다시 구금되었다.

1946년 박헌영에게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회로동당」을 창당하여 여운형과 더불어 ‘조선공산당대회준비위원회’ 위원이 되어 김규식을 지도자로 염두에 두고 좌우합작을 추진하면서 해방공간의 혼란 속에서 북쪽 공산당(박헌영)에 밀리고, 남쪽 이승만 쪽에서도 밀려 1950년 9·28 수복 후 빨갱이로 몰려 정계에서 은퇴하고 고향(전북 부안 백산면 원천리)으로 돌아와 농사에만 전념하였다.

1952년 제2대 대통령 후보로 입후보한 신익희를 적극 지원했으나 해공이 선거운동 기간에 급사. 이때부터 일체 외부출입을 금하고 고향에서 은거하였다. 1986년 사회주의자요, 항일독립운동가인 지운 김철수는 조국이 통일되지 못한 한(恨)을 안고 고향 마을에서 영면하였다. 2004년 3월 16일, 그의 사망 18주기를 맞아 백산중·고등학교 정문 앞에 추모비와 꽃동산을 세우고, 200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을 맞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고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장하였다.

김동수 <시인/전라정신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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