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우리는 경제적 고통과 함께 정치·사회적 좌절과 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우리는 다시 일어나야 한다. 스포츠는 신체와 정신의 강인함과 함께 승리와 패배의 경험을 통해 역경을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을 높여 준다.
인간의 삶에서 기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성취, 소유, 봉사 등 다양한 경로의 기쁨이 있지만, 내 몸을 자유의지로 마음껏 움직일 때 오는 기쁨은 강렬하면서도 가장 원초적이다. 온몸으로 행복을 느끼는 ‘행복한 몸’을 경험하게 된다. ‘몸 감수성’을 가지고 자기 몸에 충실한 사람은 자기주도적 삶을 살 수 있다.
생명 즉 살아 있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다. 갓난아이들은 부딪치고 넘어지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한겨울에 반바지로 축구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AI시대에 인간의 정체성은 ‘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가난한 나라 국민들은 스포츠를 통해 힘겨운 삶을 견뎌낸다. 88서울올림픽처럼 국가발전의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선진국일수록 스포츠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삶 일부가 되어 있다.
스포츠를 통해 공정, 배려, 협동 등 ‘스포츠 가치’가 발현된다. 대인관계능력, 리더십 등의 역량개발과 인성교육에 핵심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학업성취도를 높인다는 주목할만한 연구성과들이 있다. 미국 일리노이에서 0교시 체육수업을 한 학생들은 정서적 안정은 물론 국제학력비교평가(TIMSS)에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탁월한 성과를 냈다.
대근육 운동이 두뇌 기능을 활성화한 결과이다. 또한 운동이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부분의 뇌세포를 늘어나게 한다는 다수 연구결과도 있다.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무슨 운동이냐’는 일반적 인식과 크게 다르며, 체육교과 시간이 OECD 회원국의 절반 정도인 7%에 불과한 우리가 되새겨볼 일이다.
100세 건강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 모든 도민들이 스포츠를 일상에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로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건강수명은 오히려 줄고 있다(통계청). 모든 학생들이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전 생애에 걸쳐 즐기고 건강관리 할 수 있는 스포츠를 습득해야 한다.
전북의 체육시설은 절대 부족하다. 도시지역 체육시설 역시 크게 한정되어 있고 종목도 제한적이며, 군지역은 더 열악하다. 스포츠클럽 학생들이 맘껏 이용할 수 있는 체련공원 등 공공체육시설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모든 도민들이 거주지 인근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시설과 함께 시·군 권역별로 다수 종목을 망라한 집적화된 종합스포츠타운이 필요하다. 권역별로 청소년종합스포츠타운을 설치하여 도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1조원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인구 30만명을 기준으로 종합스포츠타운을 설치하되, 군지역은 권역별 기준을 하향조정한다. 또한 기존의 시·군 및 학교의 체육시설을 체육회 중심으로 통합관리하여 공간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
스포츠 스타 등 전문체육 후속세대를 양성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체육인재를 발굴하고 진로개척 기회를 제공한다. 체육지도자의 외연을 대폭 확장하고 지도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고용안정과 전문연수 등을 실시한다.
몸은 우리가 살아온 삶의 축적물이자 총체적 삶의 실체이다. 스포츠는 오락과 건강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 그리고 영적인 성장을 포괄하는 총체적 전인(whole person)으로서 지혜롭고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한다.
스포츠와 도민 행복은 비례한다. 모든 도민들과 학생들이 스포츠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공공체육시설과 스포츠클럽 등을 전면적으로 확충하자. 모든 학교에서 ‘매일 체육’을 실천하자.
황호진 <전북대학교 특임교수/前전북 부교육감>
